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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Sep 15. 2021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엄마 받아쓰기 싫어요. 한글은 왜 알아야 해요?

영어는 더 싫어요. 한국사람이 영어를 왜 알아야 해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접어든 둘째 딸아이가 요즘 매일 하는 말입니다. 1학기 때에는 학교도 제대로 안 갔지만 몇 번 갔을 때에도 학습적인 것들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아이를 기다려주는 엄마랍시고 저도 크게 강요는 하지 않고 책을 읽어주고, 같이 글을 조금씩 읽어보는 것 만으로 괜찮다 이제 된 거다 하며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제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자 아이도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주에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울상이에요. 이럴 때 어떤 말을 하시나요?


'거봐 엄마 말 안 듣더니...'

'그러게 엄마가 진작 공부하라고 그랬지. 받아쓰기 빵점 맞아오겠네.'


숫자를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힘들어하는 둘째 아이에게 가만히 앉아서 책은 읽어도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감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새어 나오지 않게 집어넣고 하브루타 하는 엄마답게 질문을 해봅니다.


'한글이랑 친한 것 같아 안 친한 것 같아?'

'한글이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랑 같이 한글이랑 친해질까 아니면 재미있고 신나게 할 수 있게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해볼까?'

'책 읽는 것은 좋아하잖아, 글쓰기가 싫은 이유가 있을까?'


등등 여러 질문이 한참 오가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몰라 몰라 그저 몰라로 일관적인 대답만 하던 둘째, 옆에 앉아서 손도 잡았다가 토닥토닥 안아도 줬다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자기의 마음을 이야기하네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한글까지 할 시간이 없다고 그러네요. 그러면서도 글씨를 몰라서 창피를 당할까 봐 걱정된다고도 하고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재미있게 조금씩 글쓰기를 해보는데, 곧 아이의 집중력이 몇 분 안된다는 것만 확인하고 말았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당근!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할 일을 마치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너 이거 안 하면 저거 못해!'

'이거 부지런히 끝내고 저거 얼른하자.'


어떠세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의미인데 느껴지는 것이 다르지요?


공부뿐 아니라 생활습관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일이지요. '너 밥 다 안 먹으면 동영상 못 봐.'

'밥 부지런히 먹고 동영상 하나 볼까?'


결국에는 영상을 보게 될 텐데 말에 따라서 아이의 기분이나 분위기는 많이 다르죠?


실제로 저희 아이는 보관함 만들기를 하기 위해 한글 받아쓰기 연습을 스스로 했을 뿐 아니라 알파벳 쓰기까지 집중해서 했습니다. 그리고 보관함까지 멋지게 만들어서 자신의 보물을 넣고 기분 좋게 잠들었죠.


하루하루 이런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서 아이에게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뿐 아니라 고도의 집중의 순간을 경험하는 순간을 느끼게 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는 좋은 습관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조금은 할 수 있게 이야기해보시면 어떨까요?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집중하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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