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한조각 Oct 20. 2021

내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 5분

언니와 남동생 사이의 둘째

저녁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자기가 학교에서 가져온 과제와 학습 결과물들을 거실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합니다.


엄마 나 오늘 원에 대해서 배웠어.
엄마는 반지름이 뭔지 알아?


큰아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수학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네요. 엄마에게 정말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신감에 넘쳐서 설명을 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막내가 끼어듭니다.


엄마! 나 오늘 선생님이 이거 줬어.
엄마랑 같이 만들자.


유치원 방과 후 선생님이 챙겨주신 만들기 용품을 가지고 옆에 앉은 막내아들.

'엄마 나 할 줄 모르겠어. 같이하자. 응?'

하면서 바싹 붙어 앉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니 엄마가 도와달라며 고양이 눈망울을 하고 볼에 주먹을 얹어 귀여운 표정을 하며 쳐다보고 있네요.


둘째는 어디에 갔을까요?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딱 맞춘 아이처럼 잘 자고 잘 먹고 잘 커왔던 아이입니다.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던 아이였고 늘 엄마 옆에서 엄마를 더 살펴주는 아이인데 요즘에는 제 주변에 잘 없어요. 


둘째 아이가 지나간 자리에 마치 버려진 듯 버려지지 않은 듯 종이들이 놓여있습니다. 따라오라는 표시일까요. 아니면 그저 바닥에 버려둔 것일까요.


둘째 아이의 이런 행동은 며칠이 되었습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자기가 글을 썼네 선생님이 칭찬을 했네 어쩌네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던 아이가 접힌 종이만 바닥에 떨어뜨려 놓은 채 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일까요.




세 아이의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입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밥 먹고 자라도 한 명 한 명 너무 다른 모습이지요.


내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하루에 5분이라도 오롯이 그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 말입니다.


어떤 책에서는 15분을 생각하라고 하던데, 아이가 셋이다 보니 각각 15분은 저에게 조금 길더라고요. 그래서 셋이 합쳐 15분이 되도록 5분씩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보여줬던 행동, 말투 등을 기억하면서 어떤 마음일지, 아이의 성향이 어떠한지 그에 따라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이 시간들이 점점 쌓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아이에 맞는 피드백과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아이의 헨젤과 그레텔의 빵 조각처럼 놓여있는 종이 뭉치를 하나씩 펼쳐보았습니다.



학교 수업 과제물을 아주 작게 작게 접어서 가방에 가득 넣어놨더라고요. 그리고 몇 개는 바닥에 떨어뜨려놓고는 엄마의 관심을 바랐나 봅니다.


그중에 두 개를 펼쳐보니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종이접기 한 것이 보였습니다.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합니다.


우와~ 이거 누가 이렇게 접은 거야?
이야~ 우리 둘째 발레도 잘하더니 다른 춤도 궁금했구나.
어떤 춤에 관심이 있을까?
엄마가 참 궁금하네~?'


아이가 들어가 있는 방을 향해 크게 소리쳐 봅니다. 이 소리를 듣고 방에서 조르르 달려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합니다.


몰라 엄마, 근데 나 춤추는 게 좋아.

모르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하는 둘째입니다. 며칠을 다른 행동을 보여 아이를 생각했더니 아이 입장에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반응을 보였더니 금방 자기 얘기를 하며 다가오네요.


바닥에 있는 표시는 관심과 사랑을 달라는 표시였습니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을 텐데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에 스스로와 하브루타를 해봅니다.


내가 아이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아이라면 어떤 생각이었을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혹은 왜 이런 행동을 보였을까?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지?

아이랑 최근 재미있게 얘기했던 것이 뭐가 있었나?


하브루타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혹은 타인과 대화하며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우신가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왜 그랬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작가의 이전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