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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May 05. 2022

여보, 우리 막내 학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대안학교를 고민하다.

19개월 연년생 삼 남매 중의 막내가 입학할 때가 되었다.


여보, 우리 아들 학교 잘 다닐 수 있을까?


막내는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주말부부를 하던 그때 위의 아이 둘의 잠자리를 봐주던 새벽, 갑자기 양수가 터졌고 혼자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다행히 인큐베이터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일찍 태어났지만, 몸무게는 3.3kg이었기 때문이다.


일찍 태어난 아이는 첫 발화가 늦었다. 이유식도 늦었고 뒤집기도 걷는 것도 다 느렸다. 위의 누나 둘이 빠른 편이어서 더 느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막내가 4살 때 하원하려고 준비하는데, 아이반 선생님이 언어 발달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내 아이가 그럴 리 없어.'


부정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사회복지사 일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 나의 고집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보다 말이 늦으니 몸이 먼저 나가서 트러블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아이들이어서 '쟤는 말 못 해. 쟤는 폭력적이야.'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나라에서 지원하는 바우처를 알아보고 언어 발달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8개월 뒤쳐진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아이는 무척 마음이 여렸고 예민했다. 치료를 받는 것뿐 아니라 기관에 가는 것 자체를 너무 힘들어했다.


'그냥 둘 수는 없는데......'


 언어치료사인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언어치료 교본을 받았다. 아이가 잘 때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는 치료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책을 읽으며 생활에서 언어치료를 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말을 잘할 뿐 아니라 어르신이 와 계신 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봤다. 하지만 한글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림만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자리에 10분을 머무는 것이 어려웠다. 게다가 마음은 왜 이리 여린지.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삐지는 경우가 무척 많다.


학교 가는 연습을 미리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1년을 병설유치원에 보냈는데,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여보, 우리 막내 학교 가서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가족회의를 열었다. 막내의 초등학교 진학에 대한 안건이 주된 내용이었다. 큰아이가 1학년 때 다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대안학교에 상담을 가기로 결론이 났다.


대안학교에 입학한 후 한달, 무척 의젓해짐 :)


세 번의 상담.

두 번의 학부모 면담.

그리고 테스트.


대안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상담을 할 때마다 같이 동행해서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학교도 보고 하더니 아이가 잘 다닐 수 있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우리에게도 큰 결정이었고, 아이에게도 큰 결정이었다.


막내를 보내게 되면서 큰아이 둘도 전학을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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