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도전기_밀키트 매장 창업을 선택한 이유
‘네! 여기 있습니다.’
장을 어디서 보시나요? 저는 주로 재래시장이나 인근 마트에서 조금씩 장을 봤습니다. 지금도 대형마트는 거의 안 가요. 한번 가게 되면 조금만 담아도 십만 원이 훌쩍 넘어버리기 때문이에요. 생활비에서 잠깐만 정신줄 놓으면 한도 끝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식비입니다. 5인 가족 1주일 식비 7만 원으로 한참을 지냈습니다. 이 콘텐츠로 블로그에 연재해서 메인에 오른 적도 있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예산안에서 소비하려고 하지 않으면 생활비가 일주일도 가지 않아 한 달치 생활비가 바닥나지요. 온라인으로 장 보는 것도 특별한 날 아니면 안 샀어요. 무료배송을 맞추려다 보면 안 사도 되는 것들을 자꾸 담고 있더라고요. 분리수거장에 가면 마켓 컬리 상자가 흔하게 보이는데 저는 한 번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요. 장 볼 때 걸어서 가고 손에 들고 올 수 있는 만큼만 구입하면서 알뜰히 살았습니다.
외식은 한 달에 한 번, 가족 회식 날에만 했어요. 집에서 거의 모든 외식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한식, 중식, 양식, 분식, 간식까지 손수 만들어 먹었어요. 아이들 모두 이유식을 할 때부터 입맛이 까다로워서 매 끼니마다 죽을 새로 만들어 줬답니다.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은 안 먹었거든요. 지금도 전기밥솥에 하루 지난 밥은 먹지 않아요. 냉동실에 있었던 것도 냉동실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안 먹고요.
족발, 곰탕 같이 오래 끓이는 음식들 뿐 아니라 닭갈비, 소갈비, 돼지갈비, LA갈비 등의 양념도 과일, 양파, 마늘 등 갖은 재료 넣고 집에서 만들어서 재웠어요. 도우 반죽해서 피자 만들기는 자주 했고, 쿠키 반죽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이들이 찾을 때 오븐에 구워서 줬지요.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 빵 먹고 싶다 하면 알레르기 프리로 만들어줬고요. 치킨, 탕수육, 각종 튀김 등 기름에 튀기는 요리도 귀찮아하지 않고 만들어 줬고, 짜장은 춘장을 볶아서 정성 담아 만들어줬답니다. 스파게티, 라따뚜이, 리조토, 치즈 오븐 스파게티, 에그 인 헬, 타코, 월남쌈, 팟타이 등 국적을 불분 하고 많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줬어요.
주부생활 11년 동안 반찬가게를 이용한 적도 손에 꼽습니다. 입덧이 아주 심해서 김치를 담글 수 없었던 때에만 몇 번 사 먹었어요. 가격도 비싸고 입맛에 맞는 곳이 없었거든요. 가족들이 잘 먹으면 구매하면 편하긴 할 텐데 식구들도 잘 안 먹고 버리게 되어서 반찬가게는 멀리하게 되었어요.
워킹맘이 되고 나서도 아이들 음식은 늘 손수 만들어 주는 것을 고집했어요.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일을 한다고 아이들 끼니 챙기는 일에 소홀한다면 관심과 사랑이 떨어진 것이라고 신랑이나 시댁에서 이야기할 까 봐 걱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너무 지치더라고요. 집에 오자마자 외출복 입은 모습 그대로 화구 4개를 다 켜고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 저를 창문으로 보게 되었어요. 화장은 번져있고, 머리는 질끈 묶고 여기저기 삐져나와있었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지도 못하고 작은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뛰어다니고 있는 지친 표정의 여자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모든 요리를 다 해주는 것만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때 마트에서 밀 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종류의 밀키트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관심에 두려고 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모든 재료가 다 들어있고 손질이 되어있다고?’
‘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고? 세상에 이렇게 편한 것이 있단 말이야?
맛이 궁금했습니다. 순수한 호기심이었어요. 밀키트를 이용해서 장보는 시간, 밥 차리는 시간을 조금은 줄여 보고자 하는 꼼수가 있기도 했지요.
처음 몇 번 구입한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는 저희 집에서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식구들 입맛에 맞지 않았어요. 아이들도 거의 먹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조금 편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싶었던 것인데, 돈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고 음식도 버리게 되었어요. 다시 모든 것을 만들어서 먹이는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오프라인 밀키트 매장을 알게 됩니다. 편의점처럼 완제품을 진열만 해서 파는 밀키트 매장도 있지만, 어떤 곳은 매장에서 직접 야채를 다듬고 포장을 한다고 했어요. 밀키트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었지만, 직접 야채를 다듬는다고 하니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8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었고, 택배가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었어요. 한 곳 씩 먹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은 직접 방문해서 사 왔어요. 밀키트 매장은 무인매장으로 24시간 오픈되어있어서 밤늦게 사러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어? 먹을 만한데?’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오프라인 밀키트를 처음 요리하고 먹어본 저의 느낌이었어요. 그야말로 신세계를 만난 느낌이었죠. 저의 주부생활은 밀키트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어요. (밀키트 매장을 하는 지금은 여러 가지 조합으로 밀키트를 활용해서 주 5회 정도 밀키트를 먹는답니다. 식사 준비하는 시간이 무척 줄었어요.)
‘우리 동네에 아이 어린 엄마들, 워킹맘이 많은데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밀키트 매장이 없는데 하나 생기면 엄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온라인에서 밀키트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야채가 신선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매장에서 매일 다듬고 포장하는 신선한 재료가 들어있는 밀키트가 있다면 이웃들도 많이 이용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씻었는지도 모르는 야채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는 아이 셋 엄마가 매일 아침 야채를 준비해서 정성껏 밀키트를 만든다면 조금 다른 얘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갑자기 손님이 오시거나 음식을 해야 할 때, 야식이 먹고 싶은데 배달음식은 질릴 때, 집 앞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면?
밀키트의 사업성, 현재 상황, 전망, 창업비용 등 창업에 관련된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밀키트 매장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