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그리고 ADHD
아이가 한글을 익히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로 힘들어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알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매번 아이가 심하게 거부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 써주셨다. 일대일로 한글 공부를 도와주시기도 했고, 따로 반을 만들어 한글교육이 필요한 친구들을 따로 교육해 주시기도 했다.
그러던 2학년의 어느 날, 학교에 다녀와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들어왔다.
"엄마, 나 친구들처럼 글 읽고 싶어. 앞에서 책 읽고 싶어."
이제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그러면 두 시간 정도 검사해야 하는데 할 수 있어?"
"응, 할 수 있어. 나 글자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어 엄마."
그날 서로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요즘에 심리 검사받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집 근처 언어 검사 가능한 기관에 연락해 보니 기본적으로 2-3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주변의 인맥을 모두 활용하니 하남에 있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다. 그 분과 전화 상담을 하고 강남 반포에 있는 유명한 센터에 바로 진료예약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가족 모두 출동해서 2시간이 넘는 검사를 받았고, 그다음 주에 진단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난독증, ADHD
폭력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약물치료는 필요치 않으나 난독증 치료를 꼭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강남까지 매주 2회씩 다닐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치료비도 만만치 않았다. 집 가까운 곳에 추천을 받아 아동발달센터에 인지치료를 하기로 했다.
아이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열심히 노력하니 일 년 반 정도만에 한글을 떼고 글도 잘 쓰게 되었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게 되니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엄마!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무척 재밌어요!"
어릴 때도 무척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되니 더 재미있게 느껴지나 보다. 지금까지도 저녁에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데, 그 시간을 아이도 나도 무척 즐거워하고 있다.
어쩌면 일반학교가 아니라 대안학교였기 때문에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고 했던가. 우리 아이들도 각자 자기만의 속도와 계절에 맞추어 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