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학교에 진학하다.
큰 아이가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대안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흘렀다.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배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진로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못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안학교에 계속 남아서 중학교 과정을 보낼 것인지, 일반 중학교를 진학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한국에서 입시를 하게 될 거 같고,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대안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있어서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반 학교에 원서를 넣어보고 싶다고 했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수학 과학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축과 관련된 학과를 가려면 수학과 과학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거 같다고 했다. 뜻밖의 말에 놀랐다. 아이의 눈빛과 말이 단단했다. 아이가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적응하기 어려우면 다시 돌아오면 돼. 하지만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말자. 한 학기 정도는 견뎌보자."
나는 이렇게 말하며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감사하게도 높은 경쟁을 뚫고 과학중점 특수목적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 그리고 사뭇 다른 학습 시스템.
처음 몇 주는 쉽지 않았다. 긴장도 많이 했고, 아이들도 너무 많았다.(대안학교는 8명이 한 반이었다.) 스스로도 힘들었을 것이다. 괴롭히는 아이도 있었다. 빗자루질하고 있으면 발로 차고 손가락 욕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괜찮니?"
"네, 쉽진 않지만 견딜만해요. 잘 지내보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이야기해 주기를 당부하고 기다리며 바라봐주었다.
1학기 여름방학이 지나고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
"아니요. 이제는 돌아가지 지않을거예요."
"대안학교 다닐 때는 학교 가기 좋아했잖아?"
"네, 거기는 저에게 둥지 같은 곳이었어요. 친구들도 모두 착하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고,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기도해 주고 축복해 주는 곳이었어요. 그 덕분에 마음도 성장하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잘해보고 싶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153 월드크리스천 스쿨은 아이를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않았다. 각 각의 아이에게 집중해 주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느 학교에 있든,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책임지며 스스로 날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둥지는 머무는 곳이 아니라 날아오르기 위해 머무는 자리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