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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May 22. 2024

운전

분당에서 수원화성까지 가봤습니다

오랜만에 운전을 해봤다. 4년 전에 면허를 땄지만 사실상 장롱 면허에 머무를 정도로 형편없던 운전 실력이었고, 군대에서 탱크를 몰아본 시간이 더 길 정도로 경험도 없어서 진지하게 면허를 다시 따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전역하고 미국에 가기 전에 부모님한테 연수를 받은 덕에 도로에서 나름대로 주행은 잘하는 정도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거나, 좁은 골목같이 여유 공간이 없는 곳에서 운전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가 짧은 방학 동안 인천에 있는 문학 야구장을 오고 가는 문제도 있고, 한국에 있을 때 가능한 한 혼자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운전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빨리 운전 경험을 많이 쌓기로 했다.


그게 분명한 계기였던 걸까, 지난 봄방학 때 중서부 여행을 하는 와중에 운전 실력을 한 번 보여주라는 친구의 반강제적인 권유에 짧지만 차를 몰아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했던 탓에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순간마다 친구의 조언을 들으며 운전을 하니 몸을 잔뜩 움츠리게 했던 긴장감이 불완전하지만 즐거움으로 변했고, 그때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한국에서 운전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좌석에 타면서 옆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 대화의 맥락 등, 차의 앞자리와 뒷자리에 앉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평소에 뒷자리에 앉아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깥 풍경, 예를 들어 끝없이 이어지는 숲이나, 도시의 화려한 야경이라던지 하는 것들에 홀린 채 그에 관련된 일련의 생각들을 이어나가게 되는 데에 반해 앞자리에 앉을 때, 특히 운전을 하면 그런 것들에 정신이 팔려있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항상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지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탓에 내 머릿속을 흘러가는 상념들을 들이고 내보내는 과정이 쭉 이어진다. 나의 경우에서는 아직까지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가장 크긴 하다만. 운전을 하면서 내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탓에, 아직까지는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시선을 주기 쉽지 않다. 


예전에 군대 도서관에서 취향과 관련된 경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전까지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이었다가, 책에서 나온 자동차는 대중교통이 닿지 못하는 다양한 공간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 그 자체라는 말에, 차를 몬다는 게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중요한 의미를 인정하게 됐다. 그것과 별개로 여러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내 차를 직접 모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운전이라는 옵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나름대로 내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명의의 차를 가지는 데에는 이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운전이 가져다줄 수 있는 즐거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차를 나 혼자만의 공간이나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나의 경우에 있어서는 타인과의 교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오늘 반쯤 충동적으로 친구를 태우고 수원 화성까지 가봤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지만, 내 삶의 가장 큰 문제라면, 굳이 필요 없더라도 한다면 더 많은 즐거움과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행동들을 마다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다. 친구에게 초보운전자의 차를 타는 리스크를 지게 한 데에 대한 미안함이 남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을 차에 태우거나, 그들의 차에 타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운전하는 노하우 같은 것들은 앞으로 분명 더 좋아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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