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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Aug 14. 2024

여름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여름 학기가 끝났다. 이 글을 쓰고 난 이후에 파이널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해서 완전히 끝난 건 아닌데, 어쨌든 학기의 마지막 날이니 약 두 달 좀 안 됐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들과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던 시간들 속에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직 방학이 2주에서 좀 더 남았지만, 앞으로 무난히 흘러가 별일 없다고 가정하면, 방학을 돌아볼 때 떠올리게 되는 여러 순간들이 있다. 한국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지역 불문하고 돌아다니면서 9번이나 야구장을 가고,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3일 동안 몽골 여행을 하면서 울란바토르 온 곳을 돌아다니고, 할아버지댁에 머물면서 광주와 전주를 갔다 오고, 미국에 와서는 본격적으로 살을 빼겠다고 다짐하고 밤마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설렘을 가지고 오랜만에 정말 즐겁게 글을 썼다. 사실 오늘 수학 파이널을 끝내면서는 지난번에 망친 미드텀 생각 밖에 안 났지만, 그래도 실질적인 의미의 존재 여부를 떠나 방학 내내 무기력하게 지내지 않고 즐거운 경험과 과정을 밟아나간 점에서 나름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2주 전에 떠난 여행을 핑계로 꾸준히 해왔어야 하는 일들에 점점 소홀해지면서 기껏 힘들게 만들어놓은 모멘텀이 좀 꺾인 건 아쉬움이 남는다.


학업적인 부분에서 돌아보자면, 또 한 번 해야 하는 것 이상으로 내 열정을 쏟아붓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특히 수학은 수업 자체가 재밌어서 수업도 단 한 번도 안 빠지고, 복습도 간단하게나마 매일 하면서 진도를 놓친 적이 없었는데, 중간을 좀 넘어간 시점에서 본 미드텀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고 그동안 해온 방식 자체에 회의감이 들면서 의지 자체를 상실했다. 그래도 내 학업에 대한 책임의식이 예전보다 강해진 건지 수업을 놓치는 일이 빈번히 생겨도 그날마다 강의 노트를 다시 베끼면서 공부를 했지만, 확실히 가르치는 공간에서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집중해서 보내는 것에 비하면 혼자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어딘가 효율 자체가 좀 떨어진다. 애당초 강의를 듣는 시간은 집중 시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정작 이후에 더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았어도 실질적으로 공부한 시간 자체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미드텀 때와 달리 파이널을 준비하면서 아무리 문제를 풀고, 개념을 정리해서 노트를 읽어도 내가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신감에 넘친 상태로 본 미드텀의 결과는 오만함이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 줬지만, 그 오만함이 적당히 거둬지고 난 후에도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아니면 내가 미드텀을 통해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걸까. 이번 파이널 결과를 통해서 그 사이 내가 어땠는지 어느 정도 재단해 볼 수 있겠다.


삶이라는 게 어떤 형태로든 원동력이 있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나의 모멘텀을 지속해 주던 원동력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빠르게 내가 만들어낸 변화들을 어떻게든 관성의 영역으로 만들려고 했다. 근데 난 왜 그걸 몰랐을까. 혹시나 사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순간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찾아왔을 때, 마치 자전거의 보조바퀴 2개를 떼고 본격적으로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뒤를 잡은 후 밀어주는 것처럼, 그 원동력은 나의 멈춤을 멈출 뿐, 새로 생긴 모멘텀을 유지시켜주지는 않는다는 걸.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계속해서 페달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핸들만 이리저리 돌리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 걸까. 넘어졌다기에는 상처도 없는 것 같고, 나름대로 느리지만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처음 해본 탓에 어딘가 어색함을 숨기지 못하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위화감일지도 모르겠다. 이사를 하면서 아직까지 안정적인 기반이 없어서 그런지 생활 자체가 편하면서도 불안정한데, 위태롭게 나아가는 자전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속도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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