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기쓰는 복학생 Feb 16. 2023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

전역 후 떠날 여행 준비하기

전역 후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여러 여행을 떠나는데, 일본 여행을 제외하면 전부 혼자 갈 계획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 힘으로 준비하고 있다. 사실 둘이서 떠나기로 한 오사카 여행도 대부분 내가 알아보고 있어서 별 차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여행에서 생겨난 새로운 기억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에, 혼자 여행을 떠나면 그 순간 생각이 대부분 스쳐 지나가거나 짧은 독백에 그치기에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여행 과정 가릴 것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빈 공간이 느껴진다. 홀로 여행을 떠날 때 확연하게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은, 인생은 근본적으로 혼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전역하고 1주일 뒤 바로 두바이로 떠난다. 본래 여행 일자에 맞는 계획이 있어서, 아부다비와 도하를 오갈 비행기 티켓만 예약해 놨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하필이면 여권 유효기간 문제 때문에 비행기 티켓 예매가 제한돼서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의지가 꺾어버렸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려나, 어쨌든 여권 재발급받기 전까지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우선 추후 떠날 다른 여행에 관련된 정보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근 2주 동안 정말 여행 사전조사에만 붙들고 매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인 정비에다가 연등까지 더해서 하루 3,4 시간은 여행 관련 공부를 했으니까. 


덕분에 지금 당장 오사카 난바 한복판에 떨어져 여행을 시작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많이 알게 되었지만, 막상 이러면 여행에서 마주할 새로운 것들로부터는 느낄 감흥이 떨어질까 염려가 되긴 한다. 아는 만큼 보이기는 하지만, 봄으로써 새롭게 알게 될 때의 즐거움 역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니까. 개인적으로 여행과 관광의 차이는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지고 가느냐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혼자라면 나름 별문제 없이 받아들일만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둘이 있을 때는 어떻게든 피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일본 여행에 비해 중동 여행에 훨씬 적은 신경을 쓰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불확실성을 마주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혼자면 그걸 비교적 쉽고 빠르게 거쳐갈 수 있는 반면에, 타인과 함께면 높은 확률로 갈등이 생기는데, 솔직히 난 그런 상황을 마주하는 게 두렵다. 


어느 순간부터 갈등이 생겼을 때 그걸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서로의 생각이 대립하는 와중에 내 의견을 관철하면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대놓고 상대의 의견을 따르면서 갈등을 회피하거나, 타인을 내 방향대로 따라가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내가 참 편의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그런 문제를 앞으로 여행에서, 아니 일상에서도 수없이 마주할 텐데, 그래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 갈등은 삶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기에 살아가면서 무조건 거쳐가야만 하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여기고 싶다. 그 과정의 일부로서 타인과의 여행이 기대가 된다.


숙박비도 절반이고, 음식도 각자 다른 종류로 시켜서 나눠먹을 수 있으며, 기차나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건 새로운 곳을 같이 가는 걸 넘어 그 안에서 다양한 가짓수의 기억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거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무리 여행지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막상 가서 식상하다고 느끼더라도, 내가 완벽히 알지 못하는 동행자의 존재로 인해 여행에 나름대로의 새로움과 개성이 생기지 않을까.


그에 반해 혼자 여행을 떠나면 이상하리만치 여유로워 막상 하기로 한 걸 다해도 남아 흘러넘치는 시간적 여유의 빈틈에 외로움의 감정이 싹튼다. 하루 여정을 끝마치고 난 후 호텔 방에 있는 작은 책상에 앉아 창문 밖 야경을 바라보며 여행기를 쓸 때, 혼자 쓰기에는 너무 큰 더블베드나, 완전히 비어 쓸 데가 없는 트윈 베드를 볼 때 그런 감정이 극대화되지 않을까. 사실 그런 상황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풍부해져 평소라면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주제가 떠올라 나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여정 후 함께 침대에 누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다. 같이 여행 다닐 애인이나 배우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막상 그 바람이 실현되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지금 같은 때를 그리워하겠지만, 그런 순간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나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