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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Jul 25. 2023

점심 메뉴는 몰라도 폰은 아이폰으로 통일합시다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아이폰 유행에 관하여


어제 친구들과 대화중 iMessage에 관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미국에 가서 사용해 본 적은 없어 와닿지 않다가, 갑자기 처음 듣는 파란색, 초록색 이야기를 하는 게 도통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영문을 몰랐다 집에 돌아간 후 그날 슈카월드 채널에 올라온 MZ 세대 아이폰 열풍 영상을 보고 난 후에야 아이폰 유저 사이 문자에서는 텍스트가 파란색 배경인 반면에, 안드로이드 유저가 있으면 SMS인 초록색 배경으로 바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이에서 이런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이폰의 폐쇄성, 배타성은 원래도 유명했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 이유로 아이폰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그게 궁극적인 아이폰 점유율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런 애플 생태계의 특징으로 인해 한 번 유행의 선두에 서는 순간 끊임없는 양성 피드백으로 이어지며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입지를 다진다. 그리고 나도 올해, 10년 가까이 쓴 갤럭시(안드로이드) 폰에서 아이폰 14프로로 갈아탐으로써 본격적으로 아이폰 생태계에 들어왔다. 동시에 30만 원이 넘는 에어팟 프로도 사고, 요즘에는 애플워치를 살까 고민 중이다.


한국의 경우 40대 이상부터는 안드로이드, 삼성이 압도적이다. 그와는 정반대로 1020 사이에서는 아이폰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미국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청년층 사이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핸드폰의 브랜드가 개인의 이미지에 있어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요즘 상황을 보면,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트렌드에 관해 저절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소수자에게 포용적인 분위기가 생겨났지만(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핸드폰만큼은 확실히 반대다. 비아이폰 유저가 경험한다는 일종의 낙인효과와 그로 인한 고립은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주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커뮤니티로부터 철저히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고, 결국 자연스럽게 비아이폰 유저의 아이폰 유저 유입으로 이어진다. 특히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집단에 속하는 것이 중요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자신만의 개성이나 강점 이상으로 타인과의 공통점에서 오는 소속감과 동질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따위는 안드로이드폰의 비교우위가 되지 못한다. 이게 소득이 훨씬 적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비싼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안드로이드 역시 플래그십 모델은 100만 원을 넘게 호가하지만, 비슷한 사양과 디자인의 중저가 보급형 모델이 꽤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걸 생각하면 극단적으로는 아이폰이 다른 안드로이드 중저가 모델과 100만 원 넘게 차이 나는데도 불구하고(내 아이폰 14프로 256GB 정가가 170만 원이었다) 훨씬 선호 받고, 동시에 너무 비싼 신제품에 대한 대안으로서 구모델도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고, 중고폰도 감가상각의 폭도 훨씬 완만하다.젊은 세대에게 아이폰에 대한 수요는 더 이상 탄력적이지 않다. 단순한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게 바로 아이폰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


애플만이 구축한 엄청난 규모의 생태계, 단순히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여러 사회문화적 접근을 통해 이뤄낸 아이폰의 성공은 실로 경이롭다. 우리는 물가나 세금이 얼마냐 오르냐에 대해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아이폰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데에는 전자기기의 성능과 활용성을 넘어 애플만이 제공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라고 뭉뚱그려 지칭하기 미안할 정도로 복잡하고도 다양한 애플의 성공전략 앞에서 합리적 소비 같은 건 설 자리가 없다. 트렌드만 보면 필요에 의한 합리성과 그에 따른 옳은 선택의 기준을 오늘날에는 애플과 같은 압도적인 입지를 가진 공급자가 설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은 더 이상 통신기기를 넘어, 거울에 비치는 카메라 디자인을 통한 신분의 상징이자,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공통의 특권에 대한 입장권이다. 예전에는 남자애들끼리 친해지려면 롤을 해야 했던 것처럼 아이폰은 1020세대의 일종의 신분증으로서 라이프스타일의 A와 Z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구축된 질서 아래에서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지가 있을까. 아이폰으로 넘어온 사람 중 하나로서의 의견이지만, 젊은 사람들에 한해서 모바일 폰 시장은 자유 시장이라고 말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젠 의식주가 아니라 의식주아이폰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 살 때는 갤럭시와는 다른 아이폰만의 특별한 경험을 기대했지만, FaceID 정도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데 차이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죄다 아이폰을 써서 그냥 다 똑같이 공깃밥을 시켜 먹은 기분이다. 뭐 그렇다고 다시 안드로이드로 넘어가야 하냐면 그건 잘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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