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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Aug 07. 2023

D-9: 훌쩍 지나가버린다

아무것도 안 한 사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가

방심했던 사이 리갈패드에 글을 안 쓴 지 3일이 지났다. 금요일에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토요일에는 글을 쓸 시간에 낮잠을 자느라 거르니 어느덧 “D-” 뒤의 숫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버렸다. 블로그에 올릴 글은 컴퓨터에다가 따로 작업해서 글을 아예 쓰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수기로 쓰는 건 타이핑하는 것과 달리 손에 힘을 쥐면서 직접 종이 위에 기록하는 나름대로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종이에 쓰지 않고서는 글을 썼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종이에 남긴 게 아무것도 없는 하루는 어딘가 허무함이 남는달까.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적인 일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누적돼 형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어서 어느 정도 결과물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깊게 파고들려고 할수록 더 깊은 심연이 느껴진다. 과거에도 이랬던 걸까.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해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버렸다.


미국에 가는 날이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 걸까? 거의 끝까지 와 돌아보면 전역 후 100일이 넘는 시간들이 찰나와도 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한순간만이라도 제대로 붙잡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심의 깊이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떨어진다. 학교에 가서 이기지는 못해도 이뤄내기는 해야 하는데, 슬슬 뭔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점점 나를 옥죈다.


시간도 세상도 안일한 나를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뤄둔 문제는 점점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기한은 내 사정 따위에는 무관심한 채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온다. “열심히 살 거야”라는 막연한 선언 안에는 항상 미래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와 안일함이 담겨있는가. 삶에 선언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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