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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 복학생 Aug 16. 2023

D-1: 내일이면 가는구나

미국가기 전날 밤 불안을 달래가며 쓰는 글

실감이 안 가지만 내일이면 미국으로 떠난다. 지금 기분은 마치 군대 가기 전날처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긴장감에 어딘가 경직돼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출국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설명한다. 휴학한지 2년 만에 다시 돌아가는 학교, 진정한 일상으로의 복귀이자 새로운 시작인 내일을 기다리는게 너무 떨린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다. 이놈의 유리멘탈을 어떻게 극복할 수는 없는건가.


전역 후 4개월동안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지만, 반대로 돈이나 미래 커리어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고민들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졌다. 오늘 친구를 만나 여러 건설적인 조언을 받았고,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하고 온 주변 사람들과 많이 대화하면서 나름대로 용기를 얻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내보이는 긴장의 신호는 내가 어찌 통제할 수 없는건가보다.


군대 안에 있을 때는 이 순간이 찾아오기만을 간절하게 바라왔는데, 막상 전역하고 난 후 또다시 입대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짐을 챙길 때도 어딘가 중요한 걸 두고가지 않았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지, 친구는 어떻게 만들지, 그리고 앞으로 내 용돈 같은건 어떻게 벌어야할지 같은 온갖 잡다한 고민거리들을 떠올린다.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정녕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1일 남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없기에 과감하게 내려놓고 싶다. 그러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강박은 자꾸만 무거운 짐을 내 마음 위에 올리려고 한다. 결국 직접 가서 뭔가를 하기 전까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강박에서 벗어나 최대한 생각을 비워보려고 한다. 시간 남을 때 롤이나 더 해야하나.


결국 이렇게 찾아올 변화의 순간도, 내가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내린 선택으로 인해 찾아온 수많은 결과 중 하나다. 어쩌면 이 긴장감과 불안감이 실패로 인해 무언가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거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가지고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성공적인 삶이 뭔지 그림을 그려둔게 딱히 없어서 명확한 실패의 기준도 정해져있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런 이분법적 접근으로 정의한게 별로 없기에 당연히 확신도 없어 갈팡질팡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인생은 내가 고려하지 못하는 수많은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고 속단하기보다는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흘러가는대로 사는 게 나으려나. 계속 비슷한 고민만 하게 되니, 쓸데없이 에너지만 소진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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