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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Feb 25. 2024

아우를 위하여

내게 바른 길은 책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뭔가 네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말을 써 보내고 싶다. 199페이지 아우를 위하여 국어교과서 작품 읽기 중3소설


내 나이가 되면 커피는 라떼를 좋아한다. 나 때는 고등학교에서 교련복 입고 총검술도 배웠고 교련이라는 과목도 있었다. 국민학교를 다녔고 오락실을 좋아했고 90년대에 학창시설을 보낸 나에게 학교는 그렇게 즐거운 기억이 없다. 나는 고교시절 짝사랑으로 펜을 들기 시작한 슬픈 로맨스의 조연이었을 뿐이다. 고교 졸업 후 두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어떤 인연이 없었는지 연결되지 못했다. 아니다. 내가 그 인연의 끈을 붙잡지 못했다.


황석영 소설가.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인 19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하여 등단하고,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분단과 산업화로 인한 파행과 박탈의 현실을 뛰어나게 그렸으며, 1989년 분단의 장벽을 넘어 방북했다가 5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소설집 「객지」 「삼포 가는 길」 「몰개월의 새」,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손님」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등이 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다가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써지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는 동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났다. 학교 생활 이야기는 이문열 소설이 좋았다. 그때는 아리랑. 태백산맥 그리고 토지처럼 한 권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열 권 이상은 되어야 소설이라는 대접을 받는 그런 시대였다. 그분들의 시대가 지나고 나니 대하소설은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 권이 좋으면 그 소설가가 쓴 책들은 모조리 읽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독서법을 모르고 한번 읽어버리고 다 읽었다고 허세 부리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한 번 읽고 버려지는 책들이 많다. 읽는 것이 많아지면 잊어버리는 것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한 번만 읽으려는 나의 게으름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처럼 텍스트를 영상으로 만들면서 읽으려고 했다. 쉽지는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금세 이미지는 사라지고 텍스트만 맴돌다 사라진다. 그게 나의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나이 들어 알게 되었다. 밑 빠진 에 계속 물을 붓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하는 행위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직 책만이 나의 잘못을 지적해 주고 바로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상둣도가 집 아이가 그 자리에 찾아가서 침을 세 번 뱉고 왼발로 세 번 구르면 된다기에 그대루 했는데두 여엉 무서운 기분이 가시질 않았어. 202쪽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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