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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Apr 05. 2024

가슴 뛰는 일을 하라

한비야

123쪽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십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익힌 기술은 없다. 그냥 책 읽고 남들처럼 글 쓰는 일이 전부인 내게 그걸로 가슴 뛰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의대를 가고 싶다. 이태석 신부님처럼 살고 싶었다. 의술을 배워서 케냐의 안과의사처럼 아픈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해 주고 싶다. 사람을 도우며 살고 싶다. 봉사활동도 하며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싶다. 나는 그런 삶이 나를 가슴 뛰게 해 준다. 대학시절 봉사활동도  그 속에서 나는 나의 의미를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더 늙기 전에 사람을 위해 살아보고 싶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나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나는 내가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쓰고 또 쓰고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125쪽


내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고 죽고 싶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 아니라 내 몸을 불사르고 죽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일이라 하더라도 해보고 죽고 싶다. 한번뿐인 인생을 불꽃처럼 내 몸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싶다.


지금 열정이라면 모든 것을 씹어먹을 기세다. 그런데 글과 현실은 다르다. 글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나가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글과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좁혀나가지 못했다.


그저 남들처럼 현실을 받아들이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누구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그런대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없다며 그저 그런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속에는 나도 있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도 없이 글과 현실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돈키호테 같은 글이 풍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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