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아들 둘을 키우게 되었는데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래층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죄인이 되어버렸다. 층간 소음 문제로 우리 집, 윗집, 아랫집 모두 우리 아이들 때문에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답답해하고 나 역시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다니거나 장난감을 떨어뜨리거나 문을 세게 여닫는 소리에 민감해져 있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매트를 깔아놓아도 다른 대책을 세워 놓아도 아이들이 있는 곳은 시끄러웠다.
이 집에 처음 이사 와서 아이들 없이 단둘이 살 땐 윗집 꼬맹이들 (3살, 5살 남자아이) 때문에 층간 소음문제로 몇 번씩 올라가서 주의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이젠 내가 아래층의 가해자가 되었다. 정말 내가 그 윗집 아이들의 부모 입장이 되고 나니 괜스레 너무 미안해진다. 윗집은 아들 둘 키우는 화목한 집안이었는데 우리들 때문에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고 혼을 내야 하니 이제 더 이상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랫집 때문에 아이들도 부모도 더 불편해졌다는 것을 내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단지 어린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땐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말을 다 잘 듣는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아랫집은 벌써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우리가 애를 낳고 키우는 동안 너무 시끄럽게 지내지 않았나 하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에 이사 온 아랫집은 노후된 아파트를 올리모델링해서 이사 온 신혼댁인데 윗집 상황을 미처 알지 못하고 이사한 것 같다. 한두 달 층간 소음 때문에 고생했는지 아랫집 새댁이 눈밑을 파르르 떨면서 저녁에 층간소음 때문에 부부내외가 같이 올라와서 시끄럽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스레 빨리 이 집을 떠나야 할 것 같고 저층 아파트나 주택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저녁시간에 아이들이 장난감을 떨어뜨리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말 안 듣고 소리 지르고 생떼 부리는 소리, 뛰어다는 소리에 아이들에게 좀 더 화를 내고 잔소리를 더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답답해진다. 아들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층간 소음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애들도 아내도 나도 육아에 쉽게 지치는 것 같다. 프랑스 아이처럼 점잖게 키워보고 싶은데 책은 책대로 머릿속에만 맴돌고 아이는 아이들대로 아이처럼 정신없이 놀고 부모의 말은 한 귀로 흘려듣는지 듣는 둥 마는 둥하다 큰소리로 말하면 그제야 분위기를 알아채고 행동을 한다.
부모는 그냥 아이를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공부를 제대로 해야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절실하게 느낀다.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 이 책 저 책 읽고 연구하다 보니 나도 같이 조금씩 같이 커가는 것을 느낀다. 책만 읽는다고 해서 남자아이를 내 뜻대로 잘 키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단지 내가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 제목처럼 아들 키우는 부모로서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책 제목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도 아들 키우는 부모들이 대부분 한 번씩 겪게 되는 수많은 상황들 중 하나가 여기에 적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도움이 되는 지식도 많지만 아들 때문에 받아온 수많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은영 선생님의 강연을 검색하면 최민준 선생님의 강연이 같이 검색될 정도면 최민준 작가가 그동안 수많은 남자아이를 겪으면서 알게 된 남자아이들의 여러 특성과 그에 따른 해석 그리고 그 치유 방법은 아이를 치유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아빠나 엄마를 치유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아이를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대부분의 문제는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말 즉, 잘못된 양육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모든 부모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육아는 책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으로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생각에 대해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아들 때문에 내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부모로서 내가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울 수 있을지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안느 바커스의 프랑스 엄마 수업이라는 책도 읽게 되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책을 다 읽었다 해도 책처럼 현실에 그대로 쓰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위한 책 읽기일 뿐인지 우리 아이를 위한 책 읽기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애들은 어떻게든 책을 읽고 변화시킬 수 있겠지만 다 큰 어른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책은 없는지 한번 검색을 해봐야겠다. 다 큰 어른들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책은 정말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다. 요즘은 다 큰 어른들 때문에 또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