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나에게도 언젠가 책 한 권을 선물할 수 있는 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유시민 선생님께서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 보내는 이 책 한 권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의 마음을 생각하며 읽었다.
그 느낌은 너무 판이했다. 부르주아가 읽은 고전이냐 프롤레타리아가 읽은 고전이냐의 차이처럼 고전을 읽는 당사자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부림사건의 희생자들이 읽었던 책들을 내가 읽고 있었다. 이런 책들이 독자의 신분적 위치에 따라 그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그런 시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여태 사회가 감춰 놓은 책들을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사회가 불온서적이라고 명했던 금서들을 읽은 수많은 젊은이들 중에 실천하는 지식인이 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실천하는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염려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개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애도를 전하며 이 책이 많은 청춘들에게 읽혀 그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국가를 전복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금서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시대는 아직도 전쟁과 기아와 종교분쟁과 영토분쟁으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그 희생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20년 후에 우리 시대의 시대적 상황이 어떨까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 책에 나오는 고전들을 다 읽어본 책들도 아니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읽을 수도 없었던 책들을 읽게 되어서 너무 소중한 책이 되어버린 청춘의 독서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다.
p6.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살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하게 해 주고 글로써 남겨 주고 읽게 해 준 인간에게 독서는 정말 소중한 지적 활동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했을 수도 있는 명제들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남겨주신 선인들에게 정말 감사할 일이다. 우리 후손들이 선인들의 생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많이 읽고 쓰고 그 선인들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후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p8.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첫 번째 오래된 지도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는 것을 알고 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죄와 벌을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의 발췌 부분만 읽어도 이 책의 진심을 읽은 것처럼 난 평범한 사람인가 비범한 사람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문득 이 책을 북한에 뿌리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기는 건 아마 도스토옙스키가 살아 있었다면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전쟁과 같은 일들이 발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에게 주관적 잣대보다 객관적 잣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인간 자체가 주관적 동물이기 때문에 무엇이 객관적이고 무엇이 주관적인지 나 역시 장담을 못하겠다. 글쟁이는 반체제의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부조리를 글로 남기는 이유는 후세의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안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라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잘못된 사고로 접근하게 되면 인류의 삶은 고달파진다. 자기가 내린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는 참일 뿐이지 그 테두리 밖에서는 거짓이라는 것을 역사만이 말해줄 뿐이다. 같은 편에 서게 되면 이해가 되고 다른 편에 서게 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집단이 가지는 의사 결정은 객관적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
두 번째 책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이 책 역시 읽어보지 못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은 특히 많은 지식인들에게 벌거벗은 왕께 사실을 고하지 못하고 왕의 눈과 입이 된 것을 풍자하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다.
세 번째 책 '공산당 선언'은 빨갱이의 책은 아니었다. 진실한 인간의 마음을 읽었다. 난 공산당 선언이라는 제목보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하고 역사와 문명의 승리 선언문'이라고 지어보고 싶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부르주아 계급이 살기 위해 만든 계층화된 구조를 지닐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격체이기 때문에 계급을 부정할 수도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존재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p.53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하고 역사와 문명의 승리를 앞당기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는 신념은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p60. 현대의 국가권력은 부르주아계급 전체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p66.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연합체
p183.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네 번째 책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도 아닌 편견이 또 다른 편견을 낳은 개인의 세계관이고 사회 이론이 된 인구론은 우리 사회의 부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우리 경제에 국가의 예산 규모는 한 개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 예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많아졌고 그 돈은 공직에 계신 많은 분들을 해이하게 만들 수 있다. 국가의 예산에 비해 한 기업의 자본에 비해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느낄 수밖에 경제적 규모의 확대는 인간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소유물에 대해 자신의 물건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은 없다.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의 돈이기 때문에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책정된 예산이 있으면 다 써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의 관행은 한 개인이 멈출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다.
p91.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글과 생각과 현실의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딜레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굴레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섯 번째 책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아래의 인용으로 그 평을 대신 전하고자 한다.
p9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p98.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입니다.
p107.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은 세계 역사에서 달리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철없는 청년들의 고결한 반란'이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문명의 진보에 대한 신념, 낙후하고 퇴락한 조국 러시아를 살리겠다는 애국심, 체제를 전복하는 사업에 얼마나 큰 위험이 따르는지 전혀 헤아리지 못한 순진무구함. 전제 왕정과 계급제도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체제에 반기를 든 아름다운 자기부정, 데카브리스트의 비극적 최후는 이런 요소들이 버무려진 역설의 미학과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실제 상황으로 보여 주었다. 푸시킨의 문학과 삶은 그 상황의 일부였다.
여섯 번째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맹자'맹자'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읽어야 할 책은 '맹자'였다. 모든 리더가 읽고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책이지만 나 역시 맹자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맹자를 평하고 타인에게 먼저 권하게 되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을까.
p133. 천하라는 넓은 집인 인(仁)을 거처로 삼고, 천하의 바른 자리인 예(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大道)인 의(義)를 실천하여,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과 함께 그 길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간다. 부귀도 나를 흔들 수 없고, 빈천도 나를 바꿀 수 없으며, 위세와 무력도 나를 꺾을 수 없어야, 비로소 대장부라고 하는 것이다. '등공문 하'
일곱 번째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최인훈 광장
p136. 조국의 현실과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성인이라면 한 번은 읽을 필요가 있는 소설. '광장'은 그런 명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마다 거론되는 작품이 있었다. 최인훈의 광장이었다. 책을 읽기 위해 중고 서점과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몇 번 읽기를 시도했었지만 번번이 다른 책들에 밀려 실패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그 책들은 프랑스 혁명사와 러시아 혁명사 그리고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 유물사관의 관계라는 책이었고 이 책을 읽기 전 알아야 할 사람도 있었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이기도 하였지만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북체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소문뿐인 혁명에 대해서 알 필요가 없다는 것보다 모든 인간의 욕망은 풍요와 존엄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과 혁명을 벌일 수밖에 존재였다는 것을 일깨워준 중요한 지적 소설을 하루빨리 읽어 보고 싶다.
여덟 번째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사마천 사기
p157. 사기는 인간의 비극적 삶과 죽음에 관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열전의 등장인물 가운데 천수를 누린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비침하게, 억울하게, 장렬하게, 더러는 멋지게 죽었다.
p166. 옛날 주나라 문왕 서백은 유리에 갇혀 있으므로 주역을 풀이했고, 공자는 진나라와 채 나라에서 고난을 겪었기 때문에 춘추를 지었으며, 굴원은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 이소를 지었고 좌구명은 눈이 멀어 국어를 남겼다. 손자는 다리를 잘림으로써 병법을 논했고, 여불위는 촉나라로 좌천되어 세상에 여람(이 씨 춘추)을 전했으며, 한비는 진나라에 갇혀 세난과 고분 두 편을 남겼다. 시 300편은 대체로 현인과 성현이 발분 하여 지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울분이 맺혀 있는데 그것을 발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난 간 일을 서술하여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한 것이다. 사기열전 2 882쪽
아홉 번째 슬픔도 힘이 될까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p183.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열 번째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찰스 다윈 종의 기원
p201. 마르크스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했다. 프로이트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무의식의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다윈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혀냈다.
p220. 공산당 선언을 읽고 가슴이 설레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다윈을 읽어야 한다. 세상이 원래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인데 국가가 무엇 때문에 빈부 격차 해소나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역시 다윈을 제대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버리지 못하지만, 동시에 이타 행동을 우러러보는 직관적 도덕률을 지닌 동물이다. 인간은 또한 밤하늘의 별을 볼 때에도 땅에 발을 디뎌야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현실의 이해타산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고결한 이상주의가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이 너무 비천할 것 같다. 누구나 다윈만큼씩만 인간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이타주의에 공감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겠는가.
열한 번째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 계급론' 제도의 진화에 대한 경제학적 연구
p239. 다른 종의 생활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회생활도 생존경재이며, 따라서 도태적 적응의 과정이다. 사회구조의 진화는 제도의 자연선택과정이었다. 인간의 제도나 특성과 관련하여 이미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인 진보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모두 최적의 사고방식의 자연선택에 기인하며, 공동체가 성장하고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누진적으로 변천하는 환경에 대한 개인의 강요된 적응 과정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한계급론 171쪽
열두 번째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헨리조지 진보와 빈곤
p265. 내가 밝히려고 했던 그 진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그게 쉬울 것 같으면 이미 오래전에 받아들여졌을 것이며, 결코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분투하고 고난을 감수하며 필요하다면 죽기까지 할 진리의 벗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리의 힘이다.
진보와 빈곤 555쪽
열세 번째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언론은 소설 쓰기를 좋아한다. 사실에 기반한 소설 쓰기라서 그런지 정말 사실 같은 소설에 수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동요되어 소설을 현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섬뜩한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소설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요즘은 언론보다 인터넷 여론이 우리의 지배적 사고를 점령한다.
p271.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에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제목뿐만 아니라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도 있다는 것이다. 헤드라인의 폭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저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 신문들이 정말 금수 같은 그들의 무지함으로 무엇을 야기할 수 있는지 한 번쯤은 연구해 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제일 것이다.
열네 번째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p297.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p301. 랑케를 추종하면 인생이 무척 편안해진다. 역사에 진보는 없으며 모든 시대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굳이 새 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사는 시대가 다른 모든 시대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그 시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면 그만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총독부가 우리의 민족사를 비하하고 폄훼하는 역사 왜곡 작업을 집요하게 추진했을 때, 여기에 협력했던 진단학회의 역사가들이 실증사학을 내세우면서 랑케를 떠받들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H. 카를 읽고 난 다음 나는 랑케와 작별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는 암운이 드리웠다.
p308. 과학이든 역사든 사회든, 인간 세상의 진보는 현존하는 제도를 조금씩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성의 이름으로 그 제도와 그것을 떠받치는 공공연한 또는 은폐된 가설에 근본적인 도전을 감행한 인간의 대담한 결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역사란 무엇인가 223쪽
살면서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신은 변한다. 변하지 않았다면 읽은 것이 아니다. 고전은 아는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본 만큼 보인다. 인생의 경륜이 어느 정도 쌓여야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이다. 학창 시절 아무리 읽어도 고전은 겉으로 드러난 텍스트일 뿐 내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가득 담은 우리 시대의 부끄럽고 잔혹한 인간사라는 것을 알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고전의 느낌은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르다.
내가 읽은 느낌이 다르고 다른 사람이 읽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고전 읽기는 혼자 읽기가 아니라 더불어 읽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면서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신은 변한다. 변하지 않았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정신의 개조는 행동의 개조가 되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의 외적 사실보다 내적 사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p11. '독서의 학 요시카와고지로 글항아리'
오늘날 우리 시대에 진보의 역사가 담긴 이 한 권의 책을 권할 수밖에 없는 과거가 다시 돌아왔다.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읽지 못한 책들이 여기에 있지만 고전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되어버렸다. p57. 고전이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다. 마크트웨인 '말콘서트 이윤재, 이종문 페르소나'
아직도 미처 읽지 못한 고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고전 읽기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지적 활동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청춘이 그 논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탁상 행정 같은 정책이나 감사 그리고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답이 없는 일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과 귀를 닫고 있고 몇몇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어 고치려고 한다. 난 전자인가 후자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난 전자에 가깝다. 난 여전히 실천하는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부족한 게 많은 청춘이다. 이 부족함을 하루빨리 채워나가기 위해 내가 읽기 어려운 고전을 읽고 많은 느낌들을 남기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이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청춘의 독서는 슬픔과 분노가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고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은 자기 계발을 위한 훌륭한 고전 읽기가 되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개인의 사상과 이념은 물질적인 기준과 사회적 지위처럼 기득권이냐 아니냐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따라서 개인의 이념 논쟁은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이므로 잘못된 이념이라고 해서 개인을 탓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