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인간 내면의 바닷속에 던져진 내 자아를 훔치려는 신에게서 변화경영을 배움

by 해질녘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배경은 변화경영연구소장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가장 최근에 쓰신 책이어서 어렵지만 한동안 읽기를 미루어 두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알아보기 위해 읽게 되었다. 그리고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신화를 탐닉하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단순히 원초적이고 원색적인 신화이야기가 신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어느 정도의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내가 많이 이해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신들의 이야기가 우리 인간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나도 장담을 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책이 책을 부르는 책처럼 나에게 읽고 싶은 많은 책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5권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업무와 일상에 쫓겨 깊은 생각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색하며 읽은 것이 아니라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어버려서 책이 주는 무한한 감동을 뒤로한 채 일에만 몰두하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서평을 쓰는 나의 모습을 보면 난 아직도 서투른 독자임에 분명하다.


현세에 살아 있는 작가로는 드물게 코엘료는 신화를 쓰고 있었다. 존경하고 본받지 않을 수 없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특히 빌클린턴 대통령이 휴가 기간 동안에 읽고 싶어 했다던 코엘료의 책은 그냥 읽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지금도 내가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어버렸다. 지금 읽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가 코엘료의 책을 어떻게 쉬이 체득할 수 있을까 그 심려가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독파하고자 하는 동기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협상과 정치의 기본은 인간의 원색적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신화는 반드시 읽혀야 할 것이다. 모든 업무가 많은 협상과 정치를 필요로 한다. 그 협상과 정치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 내면의 본능과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하게 되면 지는 것이고 대면하자니 너무 어렵고 어려운 인간의 날모습에 짓눌려 보통의 인간에게 그 모습이 마치 미치광이가 나를 미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이기심과 욕심들을 간직한 인간들이 날모습을 드러내고 타인의 날모습을 끄집어내어 약점에 꼬투리를 잡고 물어뜯는 언론과 인간의 날모습을 익명이라는 탈을 쓴 채 잔인하게 뜯어먹는 네티즌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데 청동황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인간은 두 개의 눈으로 보지만 뇌는 수많은 생각을 한다. 그 수많은 생각들이 신의 이름을 빌려 이 세상에 나왔다. 그 신들이 왜 그렇게 탄생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월급쟁이의 일상에서 신들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신화 읽는 시간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p25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는 육욕의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우리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것, 우리가 꿈꾸는 욕망 속에는 자기중심적이고, 악취가 진동하고, 탐욕적이며, 음탕한 흥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속 조직세포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우리는 삶의 낭패를 경험하게 되고 인간에게 또 자신에게 넌더리가 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구토를 받아들이는 대신 덧칠하고, 방향제를 뿌리고, 외면하고, 재해석하여 합리화함으로써 도주하려 한다. 햄릿의 외침을 기억하는가?


p54 변화가 요구되는데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멸종된다. 반면 변신에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극복의 기술을 습득한 자들이며, 새로운 삶으로 탄생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p83 그럼 나더러 어찌하라는 것이오. 나는 배고파 죽겠소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나는 이 괴물을 먹어야겠소.


p95 남을 죽이고 그 칼로 자신을 죽이게 되는 것이 전쟁이다.


p111 희망 없는 일의 무수한 반복, 그 부조리를 극복하는 힘


p144 죽음으로써 거짓말을 진실이 되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목숨을 건 지고한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억울할 때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으로 자신의 거짓을 사수하기도 한다.


p166 불교는 집착을 경계한다. 버림으로써 깨달음의 세계로 간다.


p226 대중이란 무엇인가? 울보 아니면 분노하는 자에 불과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귀족이란 누구인가? 권력을 빼앗기고 냉소주의가 된 자들이다.


p230 대화의 끝은 관계의 끝을 말한다. 무관심에 이르거나,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내 주장을 강요하는 언어의 폭력이 되거나, 말로 안 되니 힘으로 하겠다는 무력시위에 이르게 된다. 두 집단의 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면 결국 전쟁으로 번진다. 폭력이란 대화의 실패에서 오는 강제적 개입에 다름 아니다.


p259 사유불능 생각 없음에서 퍼져나가는 일상의 악 제우스는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p280 운명이 나를 집어던지게 하라. 던져질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리니, 추락이 나의 재생이고 칭송이 나의 파멸이다.


p290 자넨 왜 아버지의 집을 뛰쳐나왔나? 불행을 찾기 위해서지요.


20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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