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의 속삭임-자작시-
대나무의 속삭임
-안세아-
너는 언제 꽃 피우니?'
'벌써 단풍이 지고 있는데...'
하늘이 물었다.
'나는 나의 계절에 피울 거야'
바람에 서걱거린다.
일생에 한번 피워내는 꽃 한 송이
꿋꿋함으로 살아간다.
하늘에 맞닿은 푸르름
땅속줄기 내놓으며 꽃을 피워
하늘에 맹세하는 곧은 다짐
바람에 서걱거린다.
25년. 11월의 어느 날, 시 수업(길 위에 인문학)에서 썼던 시.
이웃집 선생님 댁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우종영 님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으며,
''왜 대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을까?"
궁금하였다.
그 호기심은 그제야 풀렸다.
대나무는 평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희망을 안고 사는 대나무처럼,
푸르름 안고 사는 대나무처럼.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말없이 집으로 들어가시던
그 뒷모습.
따스함에 겨운 당신.
우리는 전생에도
시리고, 아리지만
맑은 대나무 같은 사이였을까.
고향 동네 골목 아이들에게도
늘 온기를 건네던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장례식장에서였다.
골목 어귀에서
아이들을 예뻐하시던 분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호주머니 속 용돈을 건네던
할아버지였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모르는 이들의 발걸음이
광고처럼 등장했다.
연이어 태극기도 등장했다.
그렇게 큰 태극기는 처음 봤다.
그래서였을까?
장례식장에서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어쩌면, 뜨겁게 삼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걱거리면 가슴이 시리고,
빈 통처럼 울려
마음이 아리지만,
맑기도 한 삶.
서걱 거리는데
'나 이대로 충분해'
스스로 위로한다.
덜 익은 초연의 의미.
인생의 정답은 없으니까.
그래도 혼탁한 물보다 맑은 물이 좋다.
서부두 윤슬 2026.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