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다름의 차이-3월 농경일기-

by 안세아


지난달 귤나무를 심었다.
그날 나는 가지 못해
마무리 작업이 이미 끝난 뒤였다.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많던 나는
농사를 진심으로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말해 두었던 터였다.


다시 흙을 밟으니 좋다.
농사를 배운다 하니
어머니는 돌을 나르라 하셨다.
작은 돌들이다.
작년 말에도 돌을 나르고
돌 쌓기 작업을 했다.
큰 돌은 큰오빠가 쌓고
나는 옆에서 작은 돌을 채웠다.
그때는 빠지는 날도 많았다.


3월 7일 토요일.


아이의 첫 개학 후 맞는 주말이다.
외할머니와의 약속이라
아이도 일찍 자고 아침에 한 번에 잘 일어났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나에게는
밭으로 가는 길이 놀이터였다.

바다도 그랬지만 말이다.


오늘 밭에서 이번 주에 산 씨앗을 심었다.
초당옥수수를 팽나무 사이로 지그재그로 심었다.
팻말을 주문해 이름도 붙일 생각이다.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마주 보며
해바라기를 ㅜ자 모양으로 심고,
왼쪽에는 접시꽃을 일렬로 두었다.


밭 네 줄에는 이렇게 씨를 넣었다.
1열 : 시금치 (흩뿌리고 흙 덮기)
2열 : 상추 / 강낭콩 (손가락 마디 깊이, 한 알씩)
3열 : 수박 / 참외 (손가락 마디 깊이, 두 알씩)
4열 : 열무 (흩뿌리고 덮기)
씨알이 작은 것은 흩뿌려 심고,
굵은 것은 손가락 마디만큼 거리를 둔다.
어차피 한 번은 모종으로 솎아내야 한다고 하셨다.


귤나무 두 줄에는 퇴비도 주라 하셨다.
나뭇가지와 돌을 골라냈다.
돌은 왜 이렇게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웃었다.


귤나무 밑을 촉촉한 이불처럼 퇴비로 덮어주고 나니 괜히 흐뭇해졌다. 어머니와 나의 공통점이었다.


봄이라지만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잠바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쓰니 오히려 시원했다.


밭일 뒤에 먹는 밥은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돼지김치찜과 계란찜.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나는 말했다.
“이제 밭에 일주일에 두 번 올게요.”
어머니는 웃으셨다.
“아들은 엄마랑 한 달에 한 번 올까?”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할머니, 저 밭에 한 달에 세 번, 네 번 올게요.”
외할머니 눈시울에 미소와 함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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