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함

첫 새싹 농경일기

by 안세아

2026년 3월 21일


그날 나는
돌무더기를 리어카에 실어 나르는 일을 했다.
나무 사이사이마다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도대체 몇 무더기나 되는 것일까.’
“이거 그냥 두면 안 되마씸'?”
여쭤보니 안 된다고 하셨다.
가지도 심어야 하고, 귤이 자라면 오갈 때 불편하다고 하셨다.
"게메마씸.."
내 느낌으로는 대략 80 무더기쯤 되어 보였다.
'어디서나 기초작업이 중요하구나.'
티도 나지 않는 이 일들이 사실은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이 밭보다 열 배는 더 큰 밭을 아버지는 혼자서 일궈내셨겠지.'
유쾌하게, 낭만과 함께 일을 하신 아버지가 새삼 존경스럽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농사일에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늘고 길게.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어, 그 사람 곁에 다정하게 머무르듯이 살아야지 되뇌어 본다.


비료포대에 돌을 반쯤 담아 리어카에 세 포대쯤 싣고 옮겼더니 가볍게 작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한꺼번에 많이 나르려 했다. 헉헉
그랬더니 진이 다 빠져버렸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뿌연 흙먼지를 들이마시며 반복학습을 하고 있었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자세에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괜찮아. 그럴수 있어.

마음을 다시 잡으며,
그날 나는 가지를 심을 공간을 겨우 만들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다음 주에도 다시 와야겠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행하듯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8일에 씨로 뿌린 상추는

초록초록한 점들로 흙 위에 올라와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민

그 작은 새싹들은

희망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와!


그사이 봄비는 하루 종일 내렸고,

땅속에서는 꿈틀꿈틀

초록초록한 새싹이 올라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여린 열무가

자리를 차지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것이 먼저 올라와 있었다.

삶도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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