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깃든 것
26년 3월 23일
동문시장 안에는 오래된 옷 수선집이 하나 있다.
나는 그곳에 들러 여러 해 봄마다 입곤 하던 팔이 해진 연한 초록색 바탕에 흰 꽃무늬가 수 놓인 원피스를 치마로 고치고, 가운처럼 편안한 긴팔 코트는 팔부 코트로 잘라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만들었다.
새 옷 두 벌이 탄생했다.
오늘의 총수선비는 새 반팔 티셔츠 한 장 값과 맞먹었다.
그래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시간이 깃든 것들 중에서도 소중한 것들이 있다.
한때 비워내기가 유행하던 시절,
나도 따라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와 맞지 않았다.
편안한 감촉.
구름을 만져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겨울철이 되면, 틈나는 대로 스웨터를 손으로 정성스레 짜주셨다.
포근하고 따뜻했던 옷들.
직접 짠 목도리를 받았을 때의 감동과 그 목도리를 걸쳤을 때의 감촉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보드라워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의 깊이만큼 보드랍게 구름이 쌓인 듯 몽실몽실 부드럽지만, 만질 수 없는 깊이감도 함께 했다.
마지막으로 짜주신 목도리는 다시 시작한 뜨개질의 흔적이었고, 그건 어렸던 아들에게 건네졌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오래 이어지는 것들에
마음이 갔다.
수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의 자유시간.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봄날, 동문시장 안, 국숫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싱그러운 야채와 함께 먹는 비빔국수 위에 야들야들한 비계가 섞인 돔베고기를 하나 올렸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어이다.
돔베고기는 도마에 올려진 돼지고기수육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게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이기도 했다.
혼자 먹기엔 많아 보여서 잠시 망설였지만, 시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남김없이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나는
참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3월의 햇살 아래.
나는 수선한 옷이 담긴 종이가방과 가족을 위해 미리 사둔 간식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