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지키고 싶었던 것들

by 안세아

밭 끝에 서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두 개의 오름 사이로 고요하게 펼쳐진 풍경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옆 밭에는 조경 일을 하시는 아저씨가 계신다.
꼭 한 번 인사드리고 싶었던 분이다.
멀리서 몇 번 마주쳤지만, 괜히 머뭇거리다
끝내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얼마 전에서야 어머니께 들었다.
그분은 예전에 아버지와 인연이 있으셨던 분이라고.
아버지와 막걸리를 나누던 그늘 아래, 정겨운 웃음이 번지던 자리를 떠올리니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그날의 망설임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컨테이너를 깨끗이 세척해 마치 새것처럼 만들어 두셨다.
컨테이너 한쪽에는 어머니 성함의 한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두 해 전, 어머니와 나는 그 창고를 다시 칠했다.
아버지의 소유였던 창고에는
이제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팻말만이 남아 있다.


귤밭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올레길의 끝자락에 있다. 작은 오빠의 부동산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 펜션 지으면 정말 잘될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그 말보다 삼십 년, 사십 년의 세월을 함께한 귤나무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 나무들을 감싸고 있는 돌담도 함께.


그리고 얼마 전 심은 3년생 나무는 *아꼽다.

(*아꼽다: 정말 귀엽다)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밭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몇 번이나 찾아왔다.
작년, 내가 귤을 따고 있을 때도 그런 제안은 이어졌다.
“안 팔쿠다.”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어떵 *작싼똘이 어멍이영 둘이서 귤나무를 해여?넌 일 안 허여?”

(*작싼 똘: 다 큰 딸)
“저 잘 해마씸.저 귤밭 할꺼마씸.”


그때의 난 얼마만이였는지 모르지만,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어머니는 속이 시원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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