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빈 Jan 31. 2023

건강한 거절


팔땡이는 친구들한테 양보를 거의 하는 st.다.

자신의 의견을 말을 안하지는 않는다.

한두번 소심하게 주장하다가

친구가 더 강하게 요구하면

그냥 포기해버리고 양보해주는 스타일.


유치원 선생님은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고는 했지만

스스로가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염려가 되기는 한다고 한다.


오늘 팔땡이 친구가 집에 놀러왔었다.

친구랑 각자 장난감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다가

친구가 팔땡이가 들고 있는 장난감이 탐이 났나 보다.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고

팔땡이는 머뭇머뭇하고 있었다.


두세번 "그냥 내가 하면 안돼?"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얘기를 한다.

싫어도 아니고 안돼도 아니고

내가 하면 안돼?

라고 자기 물건이면서 양해를 구하다니;;;

자기 소유를 친구한테 의견을 물어보다니;;;;


그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팔땡이 친구는

강하게 그냥 나 주라

라고 요구를 했고

그제야 내가 개입을 했다.


"팔땡아, 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돼 ^^"


팔땡이는 또 싫다는 말은 못하고

그냥 내가 하면 안돼

냐고 주장한다.


몇번을 더 주장을 해도

친구는 계속해서

달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안되자

설득을 시작했다.

그냥 내가 먼저 가지고 놀다가

너한테 주면 되잖아.


그리고 나는 한번 더 얘기했다.

팔땡아, 싫을땐 싫다고 말하면 돼.


그러자 또 싫어.... 라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얘기하는 팔땡이.


놀땐 신나서 소리치며 놀다가

친구가 무언가를 주장하는 순간에

한없이 위축되며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런 팔땡이를 보고

친구는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친구도 참 대단한게

내가 옆에서 개입을 하고 있는걸 알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ㅋㅋㅋㅋ)



팔땡이에게 작은 소리로 거절하면

친구가 니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잘 알 수 없으니

단호하게 말해줘.

싫어. 내가 할래. 라고



그랬더니 팔땡이는 싫어. 내가 할래. 라고 말을 한다.


친구는 안되겠던지 방법을 바꿔

제발~ 제발~ 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다.


제발~ 바꿔주라 제발~


그리고 팔땡이는 친구의 강요가

내내 불편했던지

표정에 불편함이 잔뜩 묻어 있다.

팔땡이 특유의 난감한 표정.

입만 웃고 있는 어색한 표정.

나는 알 수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제안을 한다.

"그럼 니가 내꺼 훔쳐간걸로 하고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는건 어떨까?!"


이야기의 스토리를 이용해

결국 친구에게 양보를 하려는 속셈이었다.


팔땡이는 누군가가 요구를 할때면

거절의사를 밝히지 못한다.

싫은 소리를 못하는거다.


친구가 계속 요구하고

자신이 거절하는게 너무 힘들다.

거절이 힘이 드니

차라리 자신의 것을 양보하고

이 불편한 감정에서 빠르게

빠져 나오고 싶어했다.


내 소유를 내가 지키고

내가 싫은건 싫다고 주장해야 하는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친구한테 그냥 양보하고 그냥 주겠다는 말은 못하고

놀이의 스토리를 이용하여

친구에게 놀이인척 양보를 해버리고

자신은 그 불편감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했다.


거절도 힘들고,

그렇다고 싫은데 양보하는 것도 아니라는걸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사실은 상황을 회피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래서 내가 개입했다.

팔땡아, 친구가 훔쳐간걸로 하고 줘버리면

그 장난감의 주인은 니가 아니라 친구가 돼.

그래도 괜찮은거야?


팔땡이는 괜찮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거라고 한다.


분명히 팔땡이는 이전까지 주기 싫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놀이의 스토리를 이용하여 친구에게 주겠다고

내 마음이 주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의 강요, 주장, 회유, 설득이 견디기가 힘들고

본인이 거절을 계속해서 해야하는게 맘이 불편한거다.


팔땡이에게

마음이 불편해서 주고 싶은가보네.

그래도 니 것을 니가 지키는 것은 필요한거야.

라고 말을 했고

친구에게도 개입을 했다.


친구야, 친구가 거절을 했을 때는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줘야 하는거야.

한두번 싫다고 했으면

더이상 친구한테 요구하는건 좋은 방법이 아니야.

그럼 상대방의 마음이 너무 불편해질 수 있어.

팔땡이는 장난감 바꾸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지?

너랑 장난감 바꾸기 싫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그랬더니 친구는 더이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종종 엄마들과의 관계가 불편해

내 아이가 물건을 뺏기고

불이익을 당해도 입을 다무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러한 적이 많았다.


엄마부터가 제대로 자기주장을 못하고,

엄마부터가 내 아이의 불이익을 덮어 넘기면

아이는 거절을 할 줄 모를 것 같았다.

왜냐, 롤모델이 없으니까.



그리고 오늘은 아이 친구에게 거절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내 아이가 싫대. 그러니 그만 해. 라고.



또한 가정에서도 거절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나는 팔땡이가 놀자할때 안되는 상황일땐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편이다.


내가 ㅇㅇ를 해야해서 너랑 지금 놀 수가 없어.

나 지금 쉬고 싶어서 안 놀고 싶어.



하지만 아이 아빠는 아이가 무언가를 요구할때

거절의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따라 주지도 않는다.

놀자고 했을때

어떠한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냥 무시를 해버린다.

그럼 아이는 10번이고 20번이고

계속해서 아빠에게 조른다.



아이에게 모델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것 같다.

가정에서도 거절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상대방에 대한 No 이기 이전에

나에 대한 Yes 임을.


명확한 거절에 타인은 더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고

애매한 것에 불안을 갖지 않고

확실한 포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아이의 행동이 내게 더이상 부족함, 모자람으로 자각되진 않는다.

아이의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아이가 한심해 보인다거나

아이에게 답답해 한다거나

부정적 감정은 일지 않는다.


하지만 너의 특성임에도

네 마음이 불편하다면

엄마가 편안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는 해줄 필요가 있다 생각하기에

다그치지 않고,

문제삼지 않고,

아이에게 보여주려 한다.



우리 이제 건강한 거절을 해보자 팔땡아 ^^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어떠한 아이이든 엄마는 널 사랑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