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공부가 시작된다고 생각해
국영수를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에 목을 매고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1학년 교과서만 보더라도 사실 아이가 해나가기 그리 어려운 부분은 없다.
나는 아이가 7세가 되었을때 1학년이 되면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해
당근에서 전과목 교과서를 구입해 훑어본 적이 있다.
(오롯이 내가 볼 목적이었고, 아이에게 풀어보라 시킨 적은 한번도 없다.)
7세 초반에 교과서를 훑어보면서 아이가 했던 말은
엄마 시시해 였다.
그렇다. 7세도 시시할 법한 내용들이 실려 있을 정도로
1학년에는 거창한 공부를 하는게 아니다.
이유가 뭘까?
1학년에 이렇게 쉬운 것들을 배우면서
학교에 꼬박 4~5시간씩 앉혀 두고 가르치는 목적이 뭘까?
생각해보면 사실 1학년때는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과 태도, 규칙, 주도성 등을 배우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땡이가 스스로 자신의 준비물을 챙기고
학교를 다녀오면 알아서 가방 정리를 하는 이유?
별거 없다.
규칙이다.
아이와 나는 1학년에 입학하는 순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칙을 정했다.
1학년이 되면 최소한 스스로 해야하는 것들이 있음을 알렸고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하며 적어 나갔다.
학교에 다녀와 책가방 정리를 해야 하는데
1.물통은 꺼내어 싱크대에 넣어두기
2.학교에서 사용한 연필은 깎아서 필통정리 해두기
3.학교에서 본 그림책은 빼놓고 새 그림책 챙겨두기
4.알림장은 엄마가 보기 좋게 식탁위에 올려두기
5.준비물 챙기기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하며 규칙을 정했고
이것들을 아이가 볼 수 있게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아이는 학교에 다녀와 손을 씻고 곧바로 냉장고를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수행하며
학교 생활을 준비한다.
학습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학습지나 학원은 보내진 않지만
집에서 최소한의 문제집은 풀게 한다.
1학년이 되고 이 또한 아이와 함께 대화를 통해
매일 풀어야 하는 양을 설정해 두었다.
엄마의 강제적인 분량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만큼 설정을 해두고
이또한 해보다가 힘들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음을,
규칙을 변경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내게 맞는 분량과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겨두었다.
부모들이 자율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율성이란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두는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칙 안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규칙 또한 아이와 함께 대화하여 설정해야 하는 것이고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혼자서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에
부모가 적절한 규칙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가 그 속에서는 마음껏 자신의 자율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된 자율성이라 생각한다.
틀없이 중구난방인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
안전한 틀을 제공하고 아이가 안전함을 느끼며 자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에게 안정감과 자율성 둘 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학년에 입학하고 아이가 해야 할 것은
거창한 공부가 아니다.
2학년, 3학년 과목들을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한 규칙안에서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절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과 주도성을 길러주는 시기라 생각한다.
나는 아이에게 과도한 공부를 들이밀며
아이가 학교에 대해, 공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길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선택하고 스스로가 책임지고
스스로가 조절하고 통제해 나가며
학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공부에 대해 좋은 감정을,
또 자신에 대한 확신감을 갖길 바란다.
1,2학년 때 공부 열심히하고 사교육 빡시게 시키며 달리면 뭐하는가.
고학년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부모가 셋팅해둔 계획 속에서
부모의 잔소리로
부모에게 의지하여 공부하게 할 것인가.
조금 강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부모에게 등떠밀려 1등할 바에
자신의 의지로 꼴찌를 하는 것이 더 가치있다 생각한다.
그만큼 공부보다도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고 책임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저학년때 할 것은
앞으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 계획하고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아이의 태도를 다져 놓는 것이고
그러한 태도를 기반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사실은 늦은 것도 아니라 적정 속도지만 주변이 이미 선행을 시작하고 있기에)
시작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통제하는 공부를 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살아나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