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빈 Dec 14. 2020

심리상담사라고 모두가 다 자질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맞는 심리상담센터를 찾기까지

심리상담센터는 한회기 비용이 보통 10만원 내외다. 고작 한시간 '대화'하는데 10만원이라고? 일반적으로 10회기를 진행한다고 했을때 100만원?

심리상담센터의 진입 문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비용일 것이다.

처음엔 나 역시 비용의 부담때문에 센터를 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땐 상담이라는 것이 그저 '대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기에 10만원이 굉장히 큰 금액처럼 느껴졌지만 상담을 몸소 체험해본 사람으로서 돌이켜보면 10만원이 결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게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의 경우는 상담을 시작하고 종결하기까지 총 100만원에 가까운 상담비용을 들였지만 그 돈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은 이유상담을 통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전반적인 인생의 흐름이 달라졌다.

인생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남은 여생의 그 만족감과 행복을 생각한다면, 심리상담의 값어치에 비해 100만원이라는 돈은 거저 드는 비용일지 모르겠다.

심리상담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던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으며, 아무도 가르쳐 준 적 없는 인생의 기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내가 처음 찾은 심리상담센터는 이미 언급했듯 비용이 부담되어 남편의 직장 심리상담센터를 찾게 된다.

남편이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지라 기업 내 심리상담센터가 매우 잘 운영되고 있었고, 상담쪽 일에 몸담고 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대기업은 상담사의 스펙도 좋아야 하고, 한국상담심리학회 자격증 1급을 소지하고 있어야만 일할 수 있다고 직장 내 상담센터를 적극 추천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스펙'이라는 것만 보고 찾아간 직장 내 상담센터는 삐까뻔쩍한 시설에 비해 실망만 가득 안고 온 상담이었다.

당시 심리평가 과정 중 그림심리평가가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을 그려보라던 상담사의 요청에 따라 그림을 그려나갔다. 곧바로 떠오르는 것을 그려야 하기에 나는 깜깜한 밤, 우산도 쓰지 않은 30대의 남자가 아무 표정없이 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 내가 그리고도 섬짓했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나를 표현하려, 답하려 애썼다. 그렇게 그림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그 남자가 누구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고, 칼은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지만 그 칼이 나를 향할지, 타인을 향할지는 알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원래 심리평가는 당일 검사결과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는 그 날 듣고 오지 못했지만 비전문가가 봐도 나의 심리는 온전치 못한 상태였고 다소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상담사는 그 날 심리평가를 진행하는 동안 고된 표정에, 심지어는 하품까지 숨기지를 못하였다.

심각한 문제로 찾아온 내담자를 앞에 앉혀두고 하품이라니..

상담사는 전반적인 심리평가 내용을 살펴보더니 1회성으로 끝낼만한 상태가 아닌것 같다며 10회기정도 상담을 진행해보자 하셨지만 이제 막 100일된 아이를 맡길곳도 마땅찮았고, 상담사의 태도에 신뢰감이 전혀 가지 않아 굳이 아이를 맡기는 수고로움까지 감당해가며 다닐 곳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두번째 상담센터는 아이가 조금 커서 28개월즈음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규모 체인 아동심리상담업체였고 운이 좋아 무료체험을 하게 되었다.

원장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무료상담이라 그랬던 걸까? 나에게 엄청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쏟아부었다.

나는 불안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 머릿속에 불안생각이 쉬지 않고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들을 감당하지 못하여 입밖으로 계속해서 쏟아내는 상태였다. 말이 많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불안이 이유였던 사람이었다. 상담사도 그것을 정확히 캐치해 내긴 했지만 유연하게 말을 자르거나, 예의를 갖춰 설명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내가 엄마 얘기 다 듣고 싶은지 알아요? 듣고 싶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지금 엄마가 상담을 주도하려고 하잖아요?" 라며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 상담사는 마치 점집에 온 것처럼 족집게같이 잘 집어내긴 했지만 상대방을 전혀 배려할 줄 몰랐고 굉장히 지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당시 상담경험이 없던 나는 '상담이 원래 이런 것인가? 상담사는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가?' 라는 생각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한채 나왔다.

너무나 공격적이고 불친절했던 상담사의 행동에 자질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추후 상담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세번째 상담센터는 아이가 30개월즈음이었다.

여기도 운이 좋아 무료체험을 하게 된 곳이었는데 상담사의 나이가 32살의, 이제 막 결혼한 새댁이었다. 너무나 곱고 예쁜 상담사였지만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는, 임상경험만 가지고 상담소를 운영하는 분이셨다.

육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담사였어서 그런지 면접에서의 공감이 속알맹이없이 허공을 떠도는 느낌이었고 "그랬구나~ 그럴 수 있죠~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라는 말들이 공허하기까지 했다.

'왜 이 사람은 다 그럴 수 있다고만 하지? 이건 분명한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왜 그럴 수 있다고만 하지?' 라는 의문이 자꾸만 생겼고 내가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상담사가 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너무나 보잘 것 없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공감해주시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런 의미없는 공감이었다.

새댁, 그리고 육아 무경험자에 대한 편견 아니었다. 상담 당시엔 그 분의 프로필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결혼과 자녀유무는 알지 못하던 상태였고 뒤늦게 알게 된 후 내가 느끼던 공허한 느낌이 연륜과 경력의 부족에서 오던 것이었음을 알았다.



세군데 상담센터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심리상담사라고 해서 모두가 다 자질을 갖춘 것은 아니며, 유능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상담사의 자질은 스펙만으로, 냉철한 판단력만으로, 공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유연하게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세군데 상담센터를 돌아보며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바라는 대략적인 상담사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상담사를 찾지 못하고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채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네번째 방문한 심리상담센터에서 운명의 상담사를 만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우울증, 그렇게 나라는 사람은 죽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