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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Oct 03. 2022

솔직함이라 포장된 무례함


난 나의 강점이 솔직함이라 생각했다.

타인에게 쉽게 내 의견을 말할 줄 알았고,
내 감정을 드러낼 줄 알았다.

이런 나의 직설적인 모습에
그 누구도 피드백을 준 적이 없었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그들은 나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불편했거나 두려웠거나 귀찮았거나
혹은 똥을 피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내게 직설적이라 불편하다라는 피드백을 준 적 없었고,
내가 강하게 주장하는 의견들은
대부분 반영되어 왔기에
나는 직설적인 나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리 친하지 않던 지인이 내게
네가 직설적이라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라는 말을 했고
처음으로 나의 성격의 부정적인 면을
타인으로부터 직면하게 된 순간이었다.

당시엔 나의 성격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전한 타인이 무례했다는 결론을 내었다.
어쩌면 합리화였을지 모르겠다.

한달 이상 마음이 매우 불편해
여기에 대해 곱씹고 곱씹었지만
내가 이것을 가장 편안하게 넘길 수 있는 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라 치부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때의 나는 미성숙한 방법으로
불편한 감정을 억지로 소화시켜버리고
중요한 사항에서 삭제시켜버렸었다.


그리고 그런 내 성격을
더이상 고치려는 시도도,
문제라는 생각도 가지지 않고
지내왔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나는 집단상담에 참여하게 됐다.

거기서도 사람들은
직설적인 날 부담스러워했다.

일상적 상황이었다면
그 누구도 내게 직설적 성격에 대해
문제삼거나 피드백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상담 장면이었기에
사람들은 용기내어, 솔직하게
내게 부정적 피드백을 내뱉었고
나는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었다.

내 강점이라 생각한 것이,
실은 내 단점이기도 했다.

나의 솔직함은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타인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훈련을 해가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을 몇 알게 되었다.

예전이었다면 나도 아무 생각없이
그들이 내뱉는 말에 직설적으로 강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어쩌면 강한 충돌을 일으켰을지도,
혹은 아예 서로 배척해버리는 상황이 나타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름의 수용과 공감을 실천중인 나는
나의 솔직함을 조절하고 있었고,
충돌이나 배척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까진)

그들이 내게 솔직하게 하는 말에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게 충고를 하고, 조언을 하고, 평가를 하고, 판단을 하는 듯 들렸다.
그런 것들을 들을 때면
난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들은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거 알지?"
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과연 날 생각한 것일까
아직까지 의문이다.

솔직함이 강점이라 생각했다.
앞과 뒤가 다르지 않은 사람.
뒤에서 딴 말 하지 않는 사람.
내가 하는 생각과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사람.

하지만 솔직한 그들에게 내가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싸우자 나가자 이기자 모드로
더 강한 직설을 보여 내 감정이 불편한 순간까지 이어져 오지 않았을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표현하여
내 속의 불편함을 죄다 털어버리고
내게 불편함이 남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더이상 그들과 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들의 솔직함에 기분이 나빠졌다.

이래서 사람은 경험해봐야 아는구나 싶다.
내가 솔직하게 말할땐
그것이 정의라 생각했으면서,
타인이 내게 솔직해 지는 순간엔
무례함을 느꼈다.

제 아무리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을 지라도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강하게 관철 시키려는 태도가
이제는 무례함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들의 직설적인 솔직함에서
무례를 느꼈다.

네가 한 말이 얼마나 실례가 되는 말인지 아니?
네가 한 말이 설사 공동의 업을 위한 말이었을지라도
타인에게 굉장한 무례임을 알고 있니?
필터링없이 그대로 내뱉는 너의 말과 행동이
솔직함이라 포장된 독임을 너는 알고 있니?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난 날의 나를 들여다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는 무지했고 무식했고 무례했다.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타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을지
얼마나 많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을지 반성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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