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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Oct 03. 2022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며칠전, 동기쌤이 날더러 해준 말이 있다.
"전 쌤을 처음 봤을때 반짝반짝 빛나 보였어요."
처음 날 보았을때라함은 비대면 수업이라 실물 그대로를 담은 것도, 예쁘게 포장된 나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동기쌤은 1시간반이라는 짧은 수업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의 열정적인 모습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에 난 늘 아이 육아하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화장은 커녕 세수조차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하곤 했다.
화면 속에 숨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쌤은 나의 빛나는 모습을 찾아내 주었다.

그리고 문득 학창시절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도 어느 날 내게 귀여운 고백을 한적이 있다.
"널 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내 폰에 네 이름은 늘 블링블링 수빈이라고 저장되어 있어."

당시엔 너무나 어린 맘에
그 반짝반짝 빛남의 의미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겨버린 대화였다.

그리고 거의 20년이 지나
동기쌤으로부터 그 친구가 해주었던 말을 다시 듣게 되었고, 아마도 그때의 그 친구도 같은 의미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게 아닐까 싶다.

세상 누구도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의 단점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의 단점은 장점과 같은 선상 위에서 마치 저울질하듯 왔다갔다하며 발현되곤 했다.
어느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또 어느 때는 타인에게 상처주는 직설적인 모습으로.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갔고,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반짝임으로 다가갔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강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직설적이고 강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거부감을 준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참 많이 상처 받았나보다.
당시엔 상처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내게 상처와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늘 하던대로 내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
라고 치부해 버렸다면
난 이번에도 상처를 튕겨내고
강인함을 유지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존의 방어를 버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피드백대로 나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날 직면한 순간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채 혼란스러운 나날을 이어갔다.


그리고 며칠전,
누군가는 날 빛이 나는 사람이라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그 빛은 단점과 같은 선상에 있었기에
내가 단점을 극복하려할 수록
나의 빛도 그 힘을 함께 잃어갔다.

집단상담 스터디에서 스터디원들이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이런 모습이 좋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단점 극복에 급급해
사랑에 마지않던 내 모습을
점점 밀어내고 있진 않았던가.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여리고 유약한 모습을 공개한 집단원이 있었고,
나는 그녀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그녀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가졌고,
오히려 그런 고민을 하는 그녀가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도 그녀가 좋았다.

그리고 느꼈다.
타인의 그림자는 사랑해줄 줄 알면서,
왜 나의 그림자는 사랑해주지 않는 거니.


내겐 많은 단점들이 존재한다.
직설적이고,
공격적이고,
가벼워보이기도 하고,
나대기도 한다.
말이 많고 시끄럽고,
늘 방방 떠있다.

이것들은 강점과 맞물려 있어
투명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재미있는 모습으로,
조직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으로,
친화력으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어느 누구에겐 그런 모습이 단점으로 비추어지기도,
또 다른 누구에겐 장점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모두 취향과 입맛이 다르듯
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반대의 것을 좇으며
맹맹한 맛의 사람이 되려했나보다.
누구에게나 좋거나 나쁜 자극적인 맛을 내기보단
맹맹한 맛을 통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를 만들고자 했나보다.

빛나는 사람이길 포기하고
단점을 극복해내려 했나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달아간다.
단점 극복도 좋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런 내 모습마저도 사랑해야 함이라는 것.

나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을 통해
타인도 진실로 사랑하고 품을 수 있게 될테니.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존귀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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