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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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소설에서 막내의 시점으로 다시 쓴 소설.
그날도 집은 조용하지 않았다. 텔레비전 소리가 컸고, 엄마의 말은 그보다 더 컸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말의 시작은 늘 달랐지만 끝은 같았다. 억울함, 배신, 고생. 말은 벽을 따라 맴돌다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밥은 식어 있었고,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엄마는 나를 보지 않았다. 보지 않으면서 말했다. 말은 늘 누군가를 향해 있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있었다. 오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집에 남은 이유를 여러 번 생각했다. 다른 자매들은 떠났고, 나는 남았다. 남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엄마 혼자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누군가는 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말은 줄지 않았다.
엄마는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갑자기 커졌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어깨가 흔들렸다. 그 울음은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고, 아닌 것이기도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은 늘 상황을 더 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다 똑같아.”
그 말이 들렸을 때, 나는 일어섰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일어났다. 방 안에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장롱, 금이 간 식탁, 벽에 기대 선 의자.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무엇을 잡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소리가 났고,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울음과 고함이 섞였다.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멈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잠깐의 시간 뒤, 집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넘어져 있는 것들이 있었고, 깨진 것들이 있었다. 엄마는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나는 서 있었다. 숨이 가빴다. 방 안은 조용해지지 않았다. 소리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이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매들이 왔고, 말들이 오갔다. 폭력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변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말이 없었다. 설명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며칠 뒤 집은 정리되었다. 유리는 새로 끼워졌고, 가구는 다시 세워졌다. 엄마는 그날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다. 더 오래된 이야기였다.
나는 집을 나왔다.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왔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조용함이 오래 남았다. 부서진 것은 치워졌지만, 무엇이 무너졌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 역시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