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억울하기만 하고, 또 그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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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소설에서 등장인물 중 엄마의 이야기.
집에 혼자 있으면 내 안의 소리가 커진다. 텔레비전을 켜 두어도 마찬가지다. 꺼 두면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한다. 말을 하면 괜찮아진다. 아니, 괜찮아진다고 믿는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먼저 온다. 생각은 늘 같은 데서 시작한다.
나는 많이 참았다. 그건 분명하다. 큰딸이었고, 학교 대신 집에서 살림을 했고,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원하지도 않았던 그 남편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으로 나의 고생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건 사실이다.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말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에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막내는 그날도 집에 있었다. 다른 애들은 다 바빴고, 막내만 남아 있었다. 남아 있으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게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듣고 있는 건지, 마음을 닫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멈추면 그 아이가 나를 버릴 것 같았다.
울음은 예고 없이 왔다. 가슴이 답답했고 숨이 막혔다. 왜 우는지 설명하려 했지만 말이 엉켰다. 이런 인생을 살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이 맞는지, 너무 큰 말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너희는 다 똑같아.”
그 말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꼭 그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말은 이미 나갔다. 막내가 일어섰다. 나는 그걸 보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접시가 떨어진 줄 알았다. 아니었던 것 같다. 장롱이 흔들렸고 의자가 넘어졌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화가 나서였는지, 무서워서였는지 알 수 없다. 울음이 더 커졌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건 기억이 섞인 것일 수도 있다.
바닥에 앉아 있었던 건 확실하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막내는 서 있었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이었을 수도 있고, 예전에도 봤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아니, 이렇게까지 몰렸나.
사람들이 왔다. 말들이 많았다. 폭력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그 말이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맞은 건 아니지만, 아프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내 말은 길어졌고, 사람들은 점점 조용해졌다.
며칠 뒤 집은 정리되었다. 깨진 것은 치워졌고, 유리는 새로 끼워졌다. 나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말을 멈추면 그날이 떠오를 것 같았다. 떠오르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막내는 집을 나갔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날 이후였던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집은 조용해졌다. 조용해지면 좋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조용해질수록 말이 더 필요해졌다.
나는 아직도 이 집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흔들릴 때가 있다. 흔들리면 다시 말한다. 말하면 다시 단단해진다. 정말 단단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