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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Oct 06. 2022

사랑은 함께 밥을 먹는 것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다.

해야 할 일이 많거나 기분이 상하면

입맛부터 없어진다.

억지로 한술 밀어 넣었다가는

체기로 고생하기 일쑤이다.

한때는 먹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이런 나도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를 경험한 적이 있다.


사정상 부모님이 황혼에 주말부부, 아니 월말 부부를 

해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혼자 지내시는 아버지가 식사를 제때에 하시는지 걱정이 되어

퇴근 이후 가끔 아버지네 들르곤 했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이, 집 근처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뜨거운 찌개를 호호 불며 아버지와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었다.

뜨근한 찌개국물이 차가운 날씨에 굳어졌던 몸도 녹여주고

직장에서 하루 종일 긴장감에 얼어붙어 있던 마음도 녹여주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 그 장면이

지금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끔 찬 바람이 불 때면 그날의 따스한 기억을 불러내 본다.


그리고 참으로 오글거리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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