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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Kim Jul 21. 2020

제발 도와주세요 승무원님

호주로 귀환

하루 만에 짐을 싸서 부랴부랴 공항으로 떠났다. 

가족 친구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늘 첫 시작은 떨린다. 두려움 반 설렘 반.

시드니 공항에 예상 도착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고 나는 호스트 가족에게 와이파이를 잡아 전화를 했다.


"Hi, It's Jessica....................................................."



음. 그게 내 입에서 나온 처음이자 마지막 말이었다.

그들이 계속 뭐라고 말하는데 나는 공황장애가 다시 재발한 듯 뇌가 멈췄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어.................................................................쏘리..."


주변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한국인이 없나 눈이 빠지게 찾아헤맸다.




어라!? 아시아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 한 명이 캐리어를 끌고 내게 다가온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저기... 진짜 죄송한데,, 제가 영어를 못해서 그러는데 좀 받아주실 수 있으세요? ㅠㅠ"


"...........?????????,....아.... (잠시 망설이더니 내 다급함을 느꼈는지 폰을 받아들고선) 

Hello? ~~~ @@#$%^%%&^** 

.............. Ok! 

......Bye!"   응 여기까지가 내가 알아들은 그녀의 영어^_^



"기다리다가 연락이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는데 다시 오겠다고 하네요. 공항 밖으로 나가서 Express pickup zone에서 기다리면 되세요."


내 인생의 구원자다.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



멋진 승무원복을 입고 캐리어를 끌며 시크하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과 초라한 내 모습이 대조된다. 


이거 원.. 도착과 동시에 한없이 작아지는군. 

왜 매번!!! 시드니 공항에서 멘붕이 오는 것인가.


나도 한때 승무원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래서 전문대에서 호텔항공을 전공했지만 이것저것 제약이 많아 그냥 포기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데.. 아쒸ㅡㅡ 괜히 쳐다봤다.




잠시 후, 은색 왜건 차량 한 대가 내 눈앞에 섰다.

대머리 백인 아저씨와 안경을 낀 사각 턱을 가진 동양인 아줌마가 차에서 내리며


"Are you Jessica? "라고 물어왔다.


어라? 나는 둘 다 백인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백인 우월주의가 있었나 보다. 약간 실망했다. 

알고 보니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5살 때 부모님과 이민을 왔다고 한다.


뒷좌석에는 귀여운 혼혈 여자아이 두 명이 타고 있다.

언니로 보이는 통통한 아이는 얼굴과 피부색이 더 동양적이고, 더 어려보이는 아기는 백인 유전자가 더 많이 섞여 보인다. 


나는 아이들이 탄 두 개의 커다란 카시트 사이에 끼여 앉았다.

처음 보는 내가 신기한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나도 썩소로 보답했다. ^_^


너무나도 낯선 이 가족과 함께 어색함이 감도는 이 차 안에서 숨 막히는 일분일초를 견디다 보니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다.

낡은 빨간 벽돌집, 짧게 깎은 군인의 머리 같은 잔디 위에 설치된 커다란 대형 빨랫대..


이곳이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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