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페어일 시작
대망의 첫날이 밝았다. 내 첫 일과가 시작되는 날!
나는 활기차게 아이들의 방문을 열고
"Good morning~~:)"
최대한 친한 척하며 인사했다.
말도 잘 못하는 3살짜리 그레이스가 침대 위에 앉아서 내게
화답해 준다.
"Fuck you"
뭐.... 라구? Thank you를 잘 못 말한 거야?
벙~ 졌다.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그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못한다지만 퍽유는 안다..... 아주 잘 안다.. 많이 썼다. 한국에서.
근데 이거 너무 뜬금없잖아. 왜 첫날 아침 시작을 퍽유로 하지?
개 서럽네 진짜...
근데 뭔가 이상하다.
'마미, 대디, 예스, 노' 이런 짧은 단어만 할 줄 아는, 말이 늦은 이 아이가 어떻게 퍽유를 안다는 거야?
아무래도 찝찝하다...
이걸 부모한테 말해야 하나? 부모도 알고 있을까?
유치원에서 배운 것일까?
의문만 가득 안고선 이 가족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유치원 하원 후, 우리는 늘 그래 왔듯 애 아빠 차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이동 중이었다.
뒷좌석에 탄 두 아이들이 갑자기 큰소리로 싸우기 시작했다.
언니인 벨라가 사악하게 웃으면서 그레이스에게 Fuck you, Grace라고 했고
그레이스도 질세라 Fuck you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갑자기 브레인스토밍이 시작되었다.
우리 엄마를 들먹거린다.
"Fuck you, Jessica's mom"
.....?????????????????????????
아니 한국에서도 어릴 때 철없는 것들이 네 엄마 어쩌고 욕하는 건 봐왔는데 여기서도 그러나?
근데 이 꼬마 새끼들이 지금 우리 엄마 욕한 거야?
울그락 붉으락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는데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아빠 Damien은 분명히 그 욕을 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리 안 한다.
궁금했던 수수께끼들이 여기서 하나하나 풀리는구나.
1. 부모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다.
2. 애들이 욕을 하거나 말거나 그냥 방치해둔다. 훈육이란 없다.
3. 그러니 나는 이 아이들을 혼 내킬 권한조차 없다.
왜냐하면
첫째, 나는 신입이다. 4(가족):1(나)는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이다.
둘째, 아이들을 훈육시킬 때 보호자들은 되는 행동과 안 되는 행동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같은 기준을 세운 후, 똑같이 참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애들이 혼란스러워하게 되고 그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나이 25살.
호주 3~4살 아이들한테 욕먹었다. 그것도 엄마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