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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Kim Jul 22. 2020

목표와 동기부여

영어공부비법


무엇인가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왜 필요한가?를 먼저 이해해야 되고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까?를 결정해야 한다.

내가 호주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어를 배우기 위함이다. 


왜? 

처음엔 그저 영어를 잘해서 여행을 다니고 싶은 이유였다. 단순히.

그 이유는 절실함이 부족했다.

그래서 초반에 열심히 하지 않았다. 


호주로 귀환하면서 실전에 돌입했다. 호주 가족들과 함께 살며 나에게는 꽤 중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부모가 처음 보는 나에게 아이들과 이 집을 믿고 맡겼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영어다!


나는 가족들과 소통을 잘 해야 하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들어주는 게 내 직업이다.

처음엔 그게 가장 중요했다. 알아듣기.


영어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트이는 건 "" 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나는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력을 몰빵해서 그들의 표정, 몸짓과 간간이 들리는 몇 개의 단어들을 짜 맞추기 시작한다. 눈치게임과 비슷하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들리는 단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리스닝이 어느 정도 될 때 즈음 되면,  슬슬 부당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조건 YES! 만 외치던 내가 갑자기 WHY?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이제 부당한 것들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내 목표가 "알아듣기"에서 "따지기"로 레벨업 했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아직 말이 안 나오니까 상대방은 내가 여전히 못 알아듣는다고 간주하고 무례하게 대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이나 아기들 앞에서 우리가 생각 없이 하는 말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루는 애 아빠 데미안이 화가 났다.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한다며.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그때 나는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말이 목구멍 앞에서 수줍은 소녀처럼 나올까 말까를 수차례 반복하다 결국 쏙~ 기어들어가곤 했는데 그런 나를 바보 취급 하기 시작했다.


4살짜리 벨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인데, 하루는 어린이 행사 같은 곳에 다녀 와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이 되어있었다. 친한척한답시고 한국말 그대로 직역해서 누가 얼굴에 그려준 거야?라고 물었다. 


Draw - 그리다.


Paint - 칠하다. 



나는 이 구문에서 Draw를 사용했다.

분명 한국에서도 페이스페인팅이라고 부르니까 힌트가 나와있었는데 ^^ 

실수를 범했다.


벨라가 엄~~청 짜증 섞인 목소리로 

"It is not Drawing! It is Painting! Silly bum! "

이거 드로잉 아니고 페인팅이야 멍청아! 라고 했다


벨라는 주로 나를 Silly라고 부르곤 했다. 장난을 치다가도, 또는 짜증이 날 때도..

그럴 때마다 나는 개 빡쳤다......


Silly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멍청이, 바보쯤 된다. 근데 사실 외국에선 그리 나쁜 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아이들 용어로, 우스꽝스럽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정감 있고 귀엽게 쓸 수 있는 말이다. 근데 한국은 동방 예의지국이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 꼬마 애가 어디서 감히 으른한테 실리 실리 거리고 있어. 확 마...(꼰대마인드)'


근데 위에 상황에서는 진짜 나를 똥멍청이 취급하고 Silly라고 했다.

아무튼 나는 그때도 별말을 할 수가 없었고,

애들이 우리 엄마 욕할 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꾹~화를 참으며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였다.

벨라가 갑자기 나에게 

"I don't like Jessica" 라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뒷말은 더 가관이다.


"Because you can't speak English"

내가 영어를 못해서 싫다는 것이다.


아 서러움이 폭발할 것 같다. ㅠㅠㅠ

이를 꽉 깨물고 용암같이 들끓는 화를 주체하며 

아는 단어를 모두 동원해서 천천히 차근차근 설명했다. 물론 엉터리 영어로.


"나 영어 못해. 그래서 호주에 왔고, 지금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나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왔고 한국말을 써. 너도 한국말 모르잖아?

그러니까 날 이해해 줘야 해. 그리고 다시는 Silly Bum이라고 부르지 마."


그랬더니 놀랍게도

Okay... 하며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정말 절실하면 우리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던 초능력이 발휘하나 보다.

입이 트였다.


이 무례한 가족이, 이 억울한 상황이 내게 뚜렷한 목표를 가지게 해줬다.

나는 쉴 틈이 생길 때마다 그들과 싸우려고, 혼내려고 영어를 공부했다. 


영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영어로 매일 일기를 써나갔다.

미드를 보며 그들의 대화를 수백 번, 수천 번씩 돌려 들으며 받아쓰기를 하고 따라 읽었다. 발음이 최대한 비슷하게.

저녁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근처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다.

그때 휴대폰에 영어 라디오 채널을 다운 받아 한 시간씩 달리면서 들었다.


나에게는 영어를 배워야만 하는 너무나도 절실한 이유가 생겼고 그 후,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죽자 살자 공부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발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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