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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Kim Jul 22. 2020

번호 따였다.

호주에서 외국인한테..

시드니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이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시드니 시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다들 한인식당, 당구장에서 일하며 그럭저럭 생계를 버텨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한국 사람들끼리 만났으니 당연히 우리는 시작부터 한식과 소주를 마셔댔다. 

기분이 한층 업 된 상태에서 춤을 추러 클럽으로 장소를 옮겼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미친 듯이 춤을 춰댔다. 

나도 모르게 몸에서 페로몬이 발산되었나....

갑자기 발정 난 외국 개들이 몰려든다.


어떤 짧게 수염 난 사내가 다가오더니 

"Hi, I am Tuna" 자신을 참치라고 소개한다.


이름이 마음에 드는군. 터키산 참치였다.

참치가 당구 치자고 제안을 해서 두 게임 쳐주고 우리는 다시 춤을 추러 돌아왔다.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가 뒤에서 나에게 속삭였다.

"You are so cute"  너 졸라 귀여워~


아. 이놈의 인기는 호주에서도 식을 줄 모르는군. 돌아봤다.


오잉? 좀 괜찮은데 ?? (급관심)

아일랜드 출신이고, 한국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쳤고 6개월 전에는 대구에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알았다.

갑자기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외국인 남친이 이렇게 빨리 생길 줄이야^^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하는 스타일)


하지만 클럽 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우리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음악소리가 커서 그런 거야. 절대 영어 때문이 아니야


그가 물어봤다. 

"How long ~~~~~~~~ @#$%^&*&(((*&^ ?"

얼마나~?


하우 롱만 알아듣고 나는 눈치껏 대답했다.

추측 질문 1 - 여기 언제 왔어? ('얼마나'인데 왜 '언제'로 추측했는지 이해안감.)ㅋㅋㅋㅋㅋㅋㅋㅋ


"November" 

11월이요~


갑자기 그가 막 웃기 시작한다. 줸장 틀렸나 보군... 

다시 물어봤다.


또 How long만 알아들었다. 이번엔 다르게 추측해보았다.

음.. 

추측 질문 2 -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


"2weeks ago"  

2주 전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뿜는다 이번엔. 

나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많은 클럽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마치 가족오락관에서 자주 보던,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헤드폰 끼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여기서 우리 집까지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걸로 판명이 났다.


우리는 잠깐 사이 엄청 친해졌다. 그가 내 번호를 물었고, 나는 흔쾌히 내주었다.

흥미롭군 이 남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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