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장례문화 체험기
오페어를 해서 좋은 점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가까이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에 오자마자 내겐 그것들을 접할 여러 기회가 생겼다.
장례식장에도 가보고, 아이들의 사촌 언니 생일파티에도 참석했다.
호주 장례식장에서 나는 거의 경악을 하다시피했다.
보통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상갓집 분위기는 암울하고 슬펐다.
상주가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소리를 내며 우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까만 정장을 입고 술을 마시며 화투를 치거나 하는 모습이(=깡패 같은 느낌) 어린 내겐 너무나도 어둡고 무서웠던 걸로 기억된다. 마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다른 이야깃거리나 게임, 술을 마시는 걸로 이 슬픈 현실을 잠시나마 잊으려는 느낌이다.
하지만 호주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대조되었다.
복장은 한국과 비슷하게 까만 정장이다. 하지만 고인의 요청에 따라 화려한 모자나 색다른 드레스코드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장례식은 어느 교회에서 거행되었는데, 마치 결혼식과 흡사할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밝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치 주례를 하듯, 고인과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 몇 명이 단상으로 올라와 고인과 함께 한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부분 위트가 있는 분들이라 재미있게 말을 해주셔서 조문객들 모두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나는 비록 고인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 분에 대해 엄청 많이 알게되었고, 장례식장에 마치 그분이 실제로 함께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토록 모든 것이 정말 고인만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아이고~ 아이고~하며 죽음을 애통하는 마음으로 가는 이의 옷깃이라도 잡으려는 듯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였는 가를 조문객 모두에게 상기시켜주며, 꽤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가는 길을 축복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장례절차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옆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쿠키, 케이크, 음료, 커피, 차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
조문객들은 그곳에서 티타임을 즐기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주류는 절대 반입 금지.
너무나도 다른 장례 문화.
나는 이 문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죽음은 삶과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미리 깨우치고 받아들인 듯한 그들의 태도.
언젠가 내가 죽게 되었을 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죽음으로 인해 너무 아파하고 슬퍼하는 걸 원치 않는다.
나를 아름답게 기억해 주며, "너 원도 한도 없이 잘~~~~살았다. 잘가라!" 라고 웃으며 박수 쳐준다면 가는 내 마음이 한결 편할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