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기, 산페르난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나는 나름 이곳 현지인들의 생활에 금방 적응을 했고,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들의 단체 생활에도 적응을 잘했다.
주어진 3개월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 사이 나는 두 번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 번은 주말에 친구들과 단체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산페르난도라는 해변가 마을에 갔다. 서핑으로 유명한 이곳에 왔으니 우리는 경험 삼아 수영도 할줄모르면서 겁도 없이 무작정 탔다.
강사가 한 명씩 붙어서 일대일 강습이 시작되었다.
바닷물을 아침 겸 점심으로 배불리 마시고 나니 갑자기 불가능해 보이던 보드에 일어서기를 성공했다.
나중에는 모래에 보드를 주차하는 실력까지 발휘했다. 사실 그렇게 하면 보드 아래쪽 핀 이 부러질 수도 있다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사고는 늘 방심했을 때 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보드에 몇 번 일어섰더니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고, 그때 파도에 휩쓸리던 보드에 정강이가 딱! 까였다. 뼈가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 내 정강이에 용 한 마리 자연 문신 예약^^
서핑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사람이 없는 다른 해변가로 이동했다.
모두가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처럼 첨벙첨벙 물놀이를 해댔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가 본 해수욕장라고는 부산 해운대가 다 였다.
여름만 되면 개미처럼 모여드는 피서객들에 의해, 물은 늘 똥물이었고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검은 튜브는 필수 대여품이다. 그 큰 고무 튜브가 촘촘히 모여 바닷속을 가득 채웠다. 파도는 늘 어찌나 높고 세게 일던지 튜브에 매달려 파도 타는 재미로 놀곤 했었는데.
나는 오늘 정말 색다른 바다 경험을 했다.
수심도 깊지 않고 물은 어찌나 깨끗한지 바닷속이 훤히 다 보였다. 튜브가 없었지만 파도가 높지 않고 잔잔해서 쉽게 물위에 누워 몸을 띄울 수 있었다.
오후가 되니 미역들이 해변가로 모여들었고 즉흥 미역 던지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장난감이 되는 신기한 이 동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바비큐 파티!!!!!!!!!!!!!!
필리핀에서 먹는 삼겹살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술을 마시며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밤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아래 바닷가에 모여앉아 수건돌리기를 했다.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바쁜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모여 같은 술을 마셔도 폰으로 게임이나 카톡 하기 바쁜데 지금 이곳 필리핀에서는 다들 휴대폰은 잠시 넣어두고 이 순간에 집중하고 함께 한다. 직접 몸으로 게임을 하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한다.
행복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준 뜻깊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