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호주 인종차별 체험기
우리는 다 같이 한 차로 시드니공항에서부터 어느 인적 드문 외곽지로 이동했다.
상상했던 호주는 사진으로만 보던 높은 건물이 많은 시티, 달링하버, 오페라하우스 등 이런 관광지였는데
도착 한 이 곳은 그냥 오지다. 시골 깡촌.
분명 우리는 외국 분위기 물씬 풍기는 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게 되었는데, 현실은 한국인들 여러 명과 함께 인적 드문 이곳에 단체로 감금당한 것 같다.
그래도 필리핀에서 살던 집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금은 11월 말, 한국과 반대로 호주는 한 여름이다.
하늘이 정말 맑고 푸르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가깝게만 느껴진다.
점프하면 손이 하늘에 닿지 않을까?
아주 한적한 촌 동네에서 우리가 살게 될 집은 벽돌로 지어진 커다란 집이다.
커다란 실내 수영장도 있다. 근데 수영을 할 줄 모르니 무용지물.
2~3명이서 한방씩 쉐어하며 한 지붕아래에서 동고동락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뒤, 소화도 시킬 겸 다 같이 산책을 나갔다가 결국 슈퍼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슈퍼가 빠른 걸음으로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먼 곳에 위치해있다. 우리 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심지어 인도가 따로 없어서 그 긴 시간 동안 '죽음의 도로'를 걸어야만 했는데 마치 국도를 걷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차가 한국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다.
호주 도착한 이래로 가장 호주인들을 많이 접한 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첫 미션이자 즐거운 액티비티였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호주에서는 슈퍼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있다는 것.
나는 슈퍼에 들어서자마자 늘 그래왔듯이(?) 가장 먼저 술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보이지않아 실망감만 가득 안고 나왔다. 그런데 바로 옆에 술만 따로 파는 가게가 마치 주류면세점처럼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부른다. '드루와~ 드루와~'
무사히 장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열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리는 걷다가 외국인 남자 두 명과 마주쳤다.
"Hi~^^"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외국인은 이웃집 Jim 다음으로 처음이었다..
아 드디어 첫 호주친구가 생기는 것인가 하며 마음을 열려던 찰나에 갑자기 반전으로
"재패니즈~
"
라고 했다.
이 3끼가 진짜...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혹시 담배 가진거 있냐고 물었다.
우리 중에서 유일하게 담배 피우던 요한이는 그 양아치의 친구 몫까지 두 개나 삥이 뜯겼다.
호주에서 담배가 얼마나 비싼데.....한국보다 열배 가까이 비싼 그 귀한 담배를 기꺼이 내줬다.
본인은 한국인의 정 때문에 나눠준 거라며 괜찮다고 애써 웃어보였는데, 보는 입장에서는 뭔가 씁쓸했다.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은 그 외국인들의 목적 있는 관심과 친절함.
하염없이 걷고 있는데 이번엔 어둠속에서 콜라 캔 하나가 날라와 발 밑으로 떨어졌다.
'......이건 또 뭐지....?'
다행히 아무도 맞지 않았다.
'우연이겠지.. 우리가 예민한 걸 거야..'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공격이 시작됐다.
민 귓볼을 스쳐 지나간 2번째 콜라캔.
우리는 한밤중에 차들이 오가는 도로 위를 걷다가 목숨에 위협을 느꼈고, 너무 무서워서 바지에 오줌 지릴뻔했다... 어디 숨을 곳도 안보이고 택시 한대도 안보인다.
지나가는 차들이 빵빵! 경적을 울려대며 우릴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머리를 빼고 소리 지르는 놈들도 많았다. 마치 무대위에서 광대짓을 하다 큰 실수라도 저지른 것마냥 우리에게 야유를 보낸다.
한 차량이 아까부터 계속 눈에 띈다. 아마 우리를 표적으로 삼고 따라다니며 콜라캔을 던진 게 아닐까 싶다.
길을 건너 아주 빠른 걸음으로 경보를 시작했다.
다음번엔 깡통이 아니라 병이나 돌이 날라오면 어쩌지 하는 공포감에 가슴을 졸이며 걷고 또 걸었다.
가로수 하나 없는 이 컴컴한 도로 옆 숲에선 왠지 원주민이나 악어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일분이 한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죽기 살기로 걸어서 우린 집에 살아 돌아왔다.
호주에서 신고식을 아주 호되게 치뤘다. 앞으론 나대지말고 그냥 집에만 있어야 겠다. ^^
우물안이 너무 편한 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