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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Mar 31. 2023

주먹밥에 관한 간단한 추억

나의 도시락에 자주 출석하는 주먹밥

 

주먹밥에 관하여 나의 과거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주먹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절은 초등학교 종합 학원을 다녔을 때였다. 종합학원의 특성상 하루 수업은 4시간 정도 진행을 했었는데 종종 저녁시간을 넘어버릴 때가 많았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었다. 6시쯤 긴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데, 학원친구들과 학원 앞에 김0천국에서 파는 1200원짜리 참치김치주먹밥을 항상 사 먹었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고 주먹밥 속 참치와 김치는 꽉 차있었다. 그리고 매장 안에서 먹는다면 꼭 주는 이름 모를 국은 그 추운 겨울날을 따듯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주먹밥은 세상을 산 지 12년 밖에 안된 작디작은 초딩들의 하루 낙이었다.


 그다음 기억 남는 주먹밥은 우리 엄마표 삼각김밥이다. 나는 부모님이 맞벌이 셔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주중에는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집밥을 먹었고, 주말에는 엄마가 해주신 엄마표 밥을 먹었었다. 그중 제일 맛있었던 것은 삼각김밥이었다. 편의점에서 보는 삼각김밥과 똑같은.


 나에게 엄마는 마법사 같았다. 할머니가 해줄 수 없는 신세대 외부 음식 같은 것들은 뿅 하고 손쉽게 만들어주셨다. 삼각김밥도 대충 삼각형을 만들어서 김을 두른 것이 아닌, 편의점에서 파는 것과 똑같이 비닐 속 김으로 둘러져 있는 것을 만들어주셨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삼각형 트레이 아래에 비닐로 둘러진 김을 밑에 깔고 트레이에 밥과 재료들을 꾹꾹 눌러 담아 이리저리 비닐을 만지작 거리면 편의점 삼각김밥이 뚝 딱 하고 만들어졌었다.


  그 삼각김밥은 정말 신기했고 특별했었다.



 나의 23년도 첫 도시락. 귀여운 주먹밥 속은 맛있는 참치로 채워져 있다. 현미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서 그런지 주먹밥을 만들 때 잘 뭉쳐지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었다. 출근길에 움직임 때문에 주먹밥이 망가질까 봐 에어백 개념으로 오징어채와 완숙 계란을 옆에다 끼어넣었다. 다행히 계란과 오징어채 덕분에 회사에서도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거창한 도시락은 아니지만 도시락을 만들면서 기쁜 추억들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도시락을 싸간다고 말했을 때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그 귀찮은걸 왜 하냐고 물어봤다. 귀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식사를 대충 때워야 하는 행위가 아닌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떠올리면서 나를 보살피는 행위로 생각하고 싶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것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존재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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