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30일 一周日記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나는 몰두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어떤 행위에 대한 몰두는 나를 살아가게 만들고 나라는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름 같은 것이다. 반복되고 고된 회사생활로 지친 이 마음을 내가 즐겨하는 취미생활에서 위로를 받는다. 사람이 주는 위로가 아닌 내가 나에게 하는 위로는 더 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행력이라고 해야 할까. 걱정 없이 빨리 시작하는 걸 잘하는 편이다. 좋게 말해서 실행력이 좋은 거지 나쁜 말로는 충동적인 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 계획을 세우고 적어도 그 주 안에는 그 일을 꼭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머릿속이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차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하여 친구들을 피곤하게 만들어버린다 (어떤 친구는 나의 이야기가 지겨워 "천아, 너 맘대로 해;"라고 딱 잘라서 얘기한 적도 많다) 일단 시작해 보고 보는 이 성격은 나에게 여러 가지 취미에 닿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줬다. 지금까지 지나온 취미들을 나열해 보자면 헬스, 러닝, 수영, 뜨개질, 베이킹, 만화, 독서 등이 있다. 이렇게 적어보니 운동이 반이네.
이 취미들을 시작한 이유들은 간단하게 떠올려보자면 제일 먼저 헬스는 열심히 친구들 그리고 알코올과 함께 밤을 달리고 난 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을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새벽 감성과 알코올에 취해있던 나는 나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20살 성인이 된 이후 처음 알코올이라는 새로운 맛을 느낀 나는 한 해가 갈수록 나의 질량은 최고치를 달해갔고 아마 새벽감성과 알코올에 빠진 저 날은 내가 살아온 날들 중 가장 강한 중력으로 지구에 붙어 있는 날이었던 거 같다.(장황하게 말했지만 결국 몸무게 최절정을 찍었다는 말이다) 저 날 바로 다음날에 PT상담을 받고 PT 10회 정도를 신청했다. 헬스장은 나름 열심히 다녔다.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주 4회 정도는 꾸준히 다녔고, 몸무게는 그대로였지만 눈으로 보이는 나의 몸은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변화한 건 마음이었다. 이 전에는 운동은 귀찮고 살을 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헬스 이후에는 살아가면서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변화하였다. 이후 러닝을 다시 시작하고 수영도 즐기기 위해 시작했다. 러닝 같은 경우는 10km는 뛸 수 있는 몸이 되었고 5km 정도는 가뿐히 뛸 수 있다. 수영은 완벽한 건 아니지만 휴양지에 가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베이킹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까다롭고 예민한 마카롱을 만들다가 포기했다. 뜨개질은 귀여운 키링 하고 컵받침 정도는 쉽게 뜰 수 있어서 괜찮았지만 뜨개질 경력 3주 차가 비니를 뜨갰다고 떵떵거리다가 하나씩 없어지는 코와 갑자기 생기는 코들을 보고 단 3일 만에 포기했다. 하지만 언젠간 꼭 여름용 버킵헷을 뜨리라. 독서는 읽고 싶은 책으로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고 있다.
가장 최근에 빠진 사건은 요가였다. 요가는 올해 3월부터 시작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별 거 없다. 이 날도 역시나 시간을 죽치는 방법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 릴스에 빠져 연속적인 영상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나나는 이날 우연히 요가 자세를 하는 어떤 여성을 발견했다. 영상 속 그녀는 자신의 단단한 코어힘으로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자세를 멋지게 하고 있었다. 경이로웠다. 다른 어떠한 도구나 기구를 이용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의 신체로 수련하는 모습이 나의 눈에는 그 무엇보다 멋져 보였다. 나는 홀린 듯이 그녀의 인스타 프로필에 들어가서 모든 게시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나도 요가를 하기로! 요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무료 1회 체험을 바로 그다음 주 목요일로 신청하였다. 목요일이 되기까지 나는 유튜브와 인스타 그리고 구글에서 요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봤다. 회사에서. 대망의 목요일 나는 불행한 현실과 맞닥 드리게 되었다. 그것은 며칠 전부터 불안 불안했던 월경일이었다. 나는 월경 첫날에는 컨디션이 매우 안 좋은 편이라 웬만해서는 동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침대에서 쉬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첫 요가 계획은 그다음 주목요일로 밀렸다.
요가 무료 체험날. 나는 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산 요가바지와 긴 상의를 가방 속에 넣고 출근을 했고 퇴근 후에 바로 요가원으로 달려갔다. 요가원은 집 근처는 아니었지만 퇴근길 중간이었다. 생각보다 요가원은 주택가지만 좀 으스스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최근에 근처에 살인사건이 났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든 거 같다. 2층에 있는 요가원에 들어가자마자 인세스 스틱 향이 나를 감쌌고, 어딘가 자상해 보이시는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선생님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벗은 후 강의실 안에서 공용 요가매트를 피고 기다리시라고 하셨다. "바르게 앉으신 후 가슴 위에서 합장. 나마쓰떼" 요가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 날은 아쉬탕가라는 요가를 했었는데 일부러 이 날로 무료체험을 신청했다. 아주 가끔(정말 1년에 3번 정도) 집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연습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요가보다는 아는 동작이 많이 나올 거 같았다. 그래서 아쉬탕가 요가가 있는 날인 목요일에 요가 무료체험을 신청했던 것이다. 요가를 만만하게 보고 온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른 회원님들을 보고 따라 하기 바빴다. 선생님은 새로 온 나를 중점으로 봐주시긴 하셨지만 아무래도 단체수업이다 보니깐 어느 정도 눈치껏 따라 해야 하는 것도 필요했다. 정말 60분이라는 시간이 6분처럼 느껴졌다. 옆 회원분들의 자세를 가자미 눈으로 훔쳐보고 따라 하느라 바빴던 거 같다. 요가 수업의 마무리는 요가매트에 대자로 누워서 명상으로 끝이 났다. 나는 이 마지막이 제일 좋았다. 열심히 땀을 빼고 맞이하는 휴식은 큰 달콤함으로 찾아왔다. 고요한 곳에서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요가는 자유로웠고 고요했으며 편안했다. 그 이후로 요가를 두 달 정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질리지 않고 만족스럽다. 자세들은 미세하지만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니깐 건강도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중이다.
나의 일주일기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쓰고싶은 글을 자유롭게 업로드 할 생각이다. 일기는 비밀스러운 비공개적인 곳에 올려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혐오스러운 글만 쓸 거 같아서. 브런치의 힘을 빌려 공개적인 곳에 나의 작은 일주들을 기록해보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