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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Feb 12. 2023

모든 영광을 동은이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청소년기는 한 사람이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이때 동은이의 자아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바스러진다.


 이는 동은이의 몸과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동은이의 몸에 새겨진 수많은 화상자국. 보이지 않을 뿐 그의 마음엔 더 많은 흉터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동은이는 새로운 자아를 형성한다. 혐오를 자양분 삼아 탄생한 이 자아는 동은이에게 뚜렷한 삶의 목표를 제시한다.


‘복수’


 동은이는 박연진의 오래된 소문이 되기로 결심한다. 장소는 박연진의 가장 소중한 것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다룰 수 있는 ‘교실’로 선정했다. 이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동은이는 수년의 시간을 돈을 벌고, 공부하고, 쓰레기통을 뒤진다. 그리고 결국 동은이는 해낸다.


동은이의 복수는 유쾌하지 않다.

건조하고 버석거리며 처절하다.

그래서 더 동은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복수란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이다 결말을

기대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고고한 복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상처 낸 자들을 똑같이 흠집 내기 위해선

던져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동은이가 복수를 결심하고

복수를 위해 살아온 십여 년의 시간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떠한 감정으로 그 눈밭에 뒹굴며 울었을지

어떠한 마음으로 그 긴 시간을 기다렸을지


동은이의 복수는 이제 시작이다.

타인의 몸과 마음을 짓밟으며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던

악한 자들을 악으로 벌할 때가 되었다.

이 영광이 모두 동은이의 것이길 바란다.


모든 영광을 동은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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