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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Apr 04. 2023

사랑의 유통기한, 만년

영화 「중경삼림」, 첫 번째 이야기

94년 홍콩, 4명의 청춘들은 각자의 사랑을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외롭고 외로움을 느끼는 남자와

외롭지만 외로움을 외면하는 여자.


만우절날 거짓말 같은 이별통보를 받은 경찰 223. 그는 실연의 슬픔을 못 이겨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그들은 모두 223의 기억과 다르다. 한 친구는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었고 한 친구는 짝꿍이었던 223을 아예 기억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기억과 달라져있었고

누군가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기억은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렇게 외로운 223은 바에서

처음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그때 금발머리 여자가 들어오고 223은 그녀에게 추파를 던진다. 배신당해 쫓기는 하루를 보내어 고된 그녀는 처음엔 그를 무시한다. 그러다 어느새 자연스레 바가 마감할 때까지 같이 술을 마신다.


사랑은 사람을 이해하는 거다
그러나 그건 큰 의미 없다 사람은 변하니까


금발머리 여자는 이러한 이유로 223을 거절한다. 술에 취한 둘은 호텔로 간다. 그리곤 여자는 정말 잠만 잤다. 여자 옆에서 223은 영화를 본다. 223은 자는 여자의 구두를 벗겨주고 하루종일 뜀박질에 지친 여자의 구두를 닦아준다. 그리고 여자가 깨기 전에 호텔을 나선다. 여자는 그렇게 순간의 사랑을 느꼈다.


생일임에도 울리지 않는 223의 삐삐는 딱 한번 울린다. ‘703호 손님이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달래요.’라는 호텔 프런트 직원의 메시지. 223과 여자가 묵었던 703호. 여자의 목소리로 전달된 축하는 아니었지만 223도 순간의 사랑을 느꼈다.


서로의 직업도 나이도 이름도 모르지만

순간의 사랑은 만년동안 기억할 것이다.


사랑이란 통조림에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만약 적어야 한다면
난 그걸 만년이라 적고 싶다


상실은 항상 두렵다.

처음은 이제 익숙하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낯설다.

세상 모든 것엔 끝이 있고 영원은 허상이라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영원을 소망한다.

영원함이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딱 만년동안만 유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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