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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Oct 10. 2022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

영화  「플립」

" 내 소원은 줄리 베이커가

내게 관심을 끊는 거 였다.

2학년이 되기 전

1957년 여름에 모든 게 시작 됐다.

내게는 장차 5년 넘게 이어지게 될

전략적 회피와 사회적 불편의 시작이었다. "



 브라이스에게 줄리는 유별난 아이다. 껄끄러울 정도로 유별난. 브라이스는 줄리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매일 저녁 줄리의 집을 흉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버지 덕에 브라이스는 자연스레 줄리가 계속 떠오른다. 그때 자신이 느끼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줄리에 대한 '미움'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어색함을 느낀다. 그러며 그 감정을 내가 알고 있는 단어로 정의하려 든다. 우리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이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있다는 자만을 내려놓는다면 감정을 더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스는 그렇게 줄리를 '미워'한다. 누구에게 말 못 할 어색한 감정을 '미움'이라 정의했으니 마음은 후련해졌다. 아니 후련해진 줄 알았다. 줄리를 무시하고 깎아내릴수록 브라이스는 설명 못할 찜찜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언제나 그렇듯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정돈되지 않은 줄리의 정원과 안정적이지 못한 줄리 아버지의 직업을 이유삼아 비아냥 거리며 줄리가 가져다주는 달걀에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에 겁먹은 브라이스는 줄리의 계란을 몰래 버리다 그 장면을 줄리가 보게 된다. 호의를 무시하는 브라이스의 태도에 상처받은 줄리는 그 이후로 브라이스를 무시한다. 이러한 줄리의 태도에 브라이스는 어쩔 줄 몰라한다. 상처받은 줄리가 계속 신경 쓰인다.



 줄리는 마을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려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줄리는 어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법적으로  땅의 주인이 나무를 베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줄리는 이를 용납할  없다.    나무 위의 일몰 풍경은 줄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장면이다. 줄리는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악착같이 나무에서 하루를 보낸다. 스스로   있는 최선을 다하면 나무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줄리는 아빠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 나무에서 내려오게 된다.


"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


그렇게 줄리는 세상을 배워간다.


 그런 줄리를 바라보는 브라이스는 점차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여태껏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마음이었다. 바스켓보이 행사로 학교에서 가장 인기많은 여자아이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눈길은 건너편에서 데이트하고 있는 줄리에게만 향한다. 질투를 느낀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려한다. 이같은 브라이스의 행동에 줄리는 화를 낸다.



 브라이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줄리에게 사과하기 위해 줄리가 좋아하던 플라티너스 나무를 줄리 마당에 심는다. 이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줄리와 브라이스는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을 잔잔히 배워간다.


줄리와 브라이스보다 많은 나이임에도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사랑은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야 하는지

아직도 어려운 것 투성이다.

진실된 방법을 안다기보단

그럴듯하게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다.


잔잔히 배워가며 살다보면

언젠가 답을 찾을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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