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내가 그의 영화음악을 처음 접한 건 13살 중학생 무렵이었다.
TV광고에서 들은 너무 아름다운 선율이 잊히지가 않아 멜로디를 기억하고
자주 가는 레코드 가게(아주 작은 동네 가게)로 뛰어갔다.
가게 아저씨에게 내가 들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부끄럼도 잊고) 아저씨가 꼭 맞는 노래 테이프를 제시해 주길 기다렸다.
아저씨는 유명한 노래라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인다며
<The Mission>이라고 적힌 테이프를 내밀었다.
집에서 들었을 때 그 감동이란.. 그때 나는 엔니오 모리꼬네를 처음 만났다.
밤에 듣는 음악은 예민한 나의 감수성을 우주 끝까지 끌어올렸던 것 같다.
그의 음악은 나의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경외감마저 들게 했던 걸로 기억된다.
왜 그때 그 음악의 영화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지 못했을까?
그와의 짧고 강렬했던 만남 뒤,
30여 년이 지난 2023년에 나는 '엔니오 모리꼬네 더 마에스트로'라는 영화로 그를 다시 만났다.
2020년에 떠난 그를 기리기 위해 주세페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나는 지금까지 이 영화를 4번 정도 본 것 같다.(한번 봤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4번을 보는 일은내게 흔치 않다.)
극장에서는 너무 몰입하여 미션의 배경음악이 나올 때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린 거 같다.
간혹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처럼 뜨거운 눈물을 비처럼 쏟아내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누가 봤으면 아마 사연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충분했다.
그의 음악은 나의 잊힌 90년대 삶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고 그 시절 가족들과의 추억을 상기시켰다.지금은 내 곁에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컸다.
그의 음악은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영화 '미션'이 재개봉했고,
나는 30여 년 전 내 귀를 황홀하게 했던 바로 그 배경음악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어떤 이는 '미션'의 배경음악을 신이 있다면, 아마 이런 노래를 했을 거라고 했다.
나 또한 영화를 다 보고 깊은 여운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다른 관객들도 그러했다
엔니오는 '미션' 배경음악을 작곡할때 자신의 광기와 같은 열정에 놀랐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의 다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생각이 바로 곡이 되지 않아요, 그게 문제죠.
작곡을 할 때 항상 그 점이 고통스러워요.
눈앞에 빈 종이 위에 작곡가는 어떻게 무엇을 쓸까?
머리에 이미 있는 생각을 더 다듬어야 해요. 더 나아가야 해요.
찾아내야 해요. 뭘 찾는 거냐고요? 그건 알 수 없죠."
자신도 어느 작곡가와 별반 다르지 않게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항상 더 나은 곡을 쓰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천재가 저런 겸손함까지 갖췄으니 그의 음악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남긴 영화음악은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익숙한 멜로디이다.
우리가 그의 음악을 인생 ost로 부르는 이유는 반세기 동안 그의 음악이 너무나 사랑받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그의 영화음악 중 'chi mai'라는 곡을 발견했는데 사실 그의 곡인지 몰랐었다.
우연히 듣다가 귀에서 계속 맴돌아 찾아봤는데 그의 곡이었다.
나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내 귀는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듯 그의 음악을 선별해 낸다.
나는 그를 알 것만 같다.
너무나 그가 친숙하다.
그는 음악으로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왔으며
나에게 충만한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기에
나는 그가 나의 가족 같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의 음악에 알게 되면 잊지 못할 테니까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히 alive 할 것이다.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이 독보적인 이유는 지루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 자신만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입혔기 때문이다.
영화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전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그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작곡한 모든 곡에 한결같이 자신만의 느낌과 감성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그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