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을 때,
나는 깊고 긴 터널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 길은 남들이 정해놓은 안정된 길이라고 여겼고,
그 길을 쫓아가느라 바빠서 나에 대한 인식이나 성찰도 없이 흘러가는 삶을 살았다.
20대는 도전의 연속된 실패와 좌절로 나를 지우고 싶었고,
30대에 결혼과 함께 시작된 육아는 희미해진 나를 잃게 했다.
그 모든 것들은 나의 선택이긴 했으나,
나는 20여 년을 나로 살지 못했다.
나는 왜 나를 외면했을까?
나는 나를 미워했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20대 때 계속 실패하는 내가 싫었고,
30대 때는 나를 사랑하는 대신 아이에게 모든 사랑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나에 대한 멸시와 미움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하고 억눌렀다.
엄마의 상실마저 나를 멸시하는 이유가 되었고
나는 그렇게 내 청춘을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온마음으로 행복해야 할 때, 감사해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내 무의식 속에 뿌리내린 나에 대한 미움은 때론 주위 사람에게 향했다.
나는 온전히 내 삶을 만끽하며 살지 못했다.
나는 머리로만 나를 알고 있었다.
진정으로 나의 내면을 알지 못했다.
내면의 나를 직면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이해하려고 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값싼 자기 동정이나 합리화가 아니다.
내가 미워하고 지우고 싶었던 과거의 나라도
나는 수용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그때의 나로부터 해방된다.
자유로워진 나는
그때에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온 나를 위로한다.
그런 긴 방황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아주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 너는 단지 잘못된 방향으로 달린 거야.
네가 감내하고 노력하며 지낸 나날들이 모두 잘못된 건 아니야.
지금의 나는 알지만 그때 너는 알 수 없었을 거야.
네가 두려움에 갇혀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거야.
조금만 용기내고 너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너의 방향을 찾았을 수도 있었을 거야.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너만의 길을 다시 달려.
가리개를 하고 트랙을 도는 경주마가 아닌 유유히 들판을 뛰어노는 자유로운 말들처럼."
우리는 모두 두개의 삶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삶이 시작될 때, 그것은 하나의 삶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