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는 나를, 요가로 인한 우리를
어제는 스트레칭과 빈야사가 섞인 수업을 들었다.
빈야사는 늘 힘들지만, 땀을 흘리면서 몸이 확 풀리고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이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할 틈 없이 계속 흐름을 타야 하는 빈야사나 아쉬탕가가 훨씬 잘 맞는다.
오히려 하타처럼 느긋한 수업이 더 어려울 정도니까.
다행히 어제는 적당한 강도의 플로우였고,
뒤엉켜 있던 머릿속이 땀과 함께 조금씩 풀려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수업 전 퇴근길에
남편에게서 아이 단어 재시험 결과가 절반도 못 맞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상태로 바로 집에 갔으면, 난 아이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싶었다.
간만에 집안일로 ‘이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면 난 정말 이렇게 말했을 테니까.
“재시험인데 이 점수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태권도 못 하게 할 거다. 잠이 오냐, 잠이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자고 있다는 아이를 향해 남편에게 길에서 그대로 내뱉어버렸으니까. ㅎㅎㅎ
전화를 끊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단어 시험이 태권도보다 위에 있어야 할까?
초1인 우리 아이에게 지금 더 필요한 배움은
몸을 쓰며 얻는 자신감, 즐거움에서 나오는 도파민일 수도 있는데
왜 나는 영어 단어 점수에 집착해서 아이를 협박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을까.
그 생각을 끊고 잡생각 봉인하듯 요가센터로 향했다.
이 상태로는 집에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빈야사를 하면서 조금씩 씻어냈다.
플로우를 타고 호흡하며 쌓여 있던 ‘아이 점수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사바아사나에서 ‘지금이 내 관 속이라면 무엇이 가장 후회될까?’를 다시 떠올렸다.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생각했다.
만약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라면…
스치듯 떠오르는 후회는 결국 하나였다.
우리 아이를 한 번 더 꼭 안아주고 떠나고 싶다는 것.
오늘도 고생했을 남편에게 고맙다고 한마디 더 해주는 것.
매트 위에서 그런 생각을 하니
절반도 못 맞은 시험지보다 훨씬 중요한 게 마음속에 또렷하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빈야사 수업을 마치고
나는 모든 ‘욕망과 파이팅’을 내려놓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도 벗기 전에 아이가 쭈뼛쭈뼛 엉덩이를 흔들며 도란도란 말했다.
“엄마, 나 8점 맞아서 미안해…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작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것처럼 눈치 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저 나이에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애한테는 내가 사장님이고 대표님이지, 뭐. ㅎㅎㅎ
나는 아이를 꽉 안아주고, 제일 좋아하는 빙그르르르도 해줬다.
(운동 2주차니까 등근육 테스트도 해볼 겸!)
그리고 말했다.
“너너너너 금요일에 엄마랑 세 번째 시험 보는 거다. 엄마가 시험지 만들어올 거야.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해. 했는데도 안 되면 말해줘. 너무 어렵거나 양이 많아서
네가 영어를 싫어하게 되면 그게 진짜 걱정이거든.”
다행히 아이는 고개를 살랑대며 말했다.
“나 단어 공부를 안 했어. 그리고 학원은 재미있어. 한 번 더 해보고…
앞으로 재시험 보면 16점 이상 받아볼게!”
재시험... 16점. ㅋㅋㅋ 그래그래 싫다고 안하는 너가 기특하고, 다행이고, 예뻤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평화는
빈야사에서 내 기운을 정갈히 닦고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들이마시고, 내쉬고.
호흡에 집중하니 가능했던것.
다시 한번 느낀다. 이세상에 정말 중요한 순간은
언제나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뿐이것을.
더 사랑하고 더 나눠 주고 더 아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