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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mmeow Mar 28. 2022

불안장애 인지행동치료(CBT) 3주 차 in 영국

칭찬은 다 거짓이야, 난 장점이 없으니까.

3주 차 상담






3번째의 상담,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고 있으니 3주가 되었다. 




" The Longitudinal Formulation is a longitudinal CBT case formulation that addresses the crucial 5 p factors (presenting, predisposing, precipitating, perpetuating, positives). "


오늘은 CBT 사례 공식화 (case formulation)'이라고 불리는 Logitudinal Formulation의 절반 정도를 선생님과 같이 채워나갔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어느 정도 짐작했던 과거에 어떠한 상처들이 지금의 나에게 이런 영향 저런 영향을 줬다는 것들이 확신 섰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조사하고 읽어왔던 글들이라 짐작 정도에서 그친 것을, 정말 상담을 받아 가면서 내 생각에 대해서 그게 맞는다고 하는 선생님에 말씀에 '아, 정말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과거 못 내리고 있던 짐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사례 공식화 예시. 대략 이렇게 생겼다. NHS에서 쓰는 형식과 조금 다르지만 굉장히 유사.


사례 공식화 전,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했다.



1. 저는 거절을 하는 게 힘들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만 해주고 싶어서요. 안 그러면 그 사람들이 절 덜 좋아하거나 안 좋아할 거 같아요. 
2. 성추행을 당한 적이 많아요. 어렸을 때도 3-4년간 사촌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나중에 어른이 돼서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니 제 잘못이라고 제가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그러셨어요. 

3. 사례 공식화에 대한 이야기

4. 부정적인 나를 위한 Positive Qualities Diary 제안



너무 많은 일이 있던 나를 선생님께선 엄청 안타까워하셨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안 되는 건데... 그렇다고 당신은 가치가 낮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며 위로해 주셨다. 오늘 많은 이야기를 하고는 내 마음이 아팠나? 난 이렇게 살아와 버려서 그냥 살고 있었는데, 심리 상담하고 한참 후, 저녁 먹기 전까지 펑펑 울었다. 모든 일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면, 책 복습하는 마냥 다 훑고 지나가니까 마음이 아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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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Early Experiences, Core Beliefs, Rules Live By/Rules for Living,

Critical Incidents/Significant Incidents 정도 채우고 끝냈다.


Early Experiences - 가족 관련 일, 등등.
Core Beliefs - "다 내 잘못, 난 쓸모없는 사람, 잘하고 있지 않아, 사랑받을 자격 없어"
Rules for Living - "완벽해야 해, 더 잘해야 사람들이 날 안 싫어해"


과거 상처받았던 안 좋은 기억이나 경험은 다 Early Experiences로 들어갔고, 그 경험으로 인해서 생긴 Core Beliefs, 나 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다 내 잘못이야",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등등이었다. 


Rules for Living은 내가 살면서 생긴 내 삶의 규칙 같은 것인데, 나는 "난 늘 더 잘해야 해, 난 완벽해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날 미워하지 않아"였다. 이 Rules for Living은 Core Beliefs를 지켜주는, protection 역할을 한다고 한다. Core Beliefs는 나무에 뿌리가 깊게 자라 있듯이, 내 인생이 나무라면 뿌리 같은 부분인데, Rules for Living의 스위치가 켜지면 Core Beliesf는 더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고 한다. Core Beliefs가 약해지는 방법은, 예를 들면 내가 회사에서 만약 실수를 여러 번 해와도 아무런 일이 없어서 '어? 내가 실수를 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잖아?'라는 일들이 쌓이면서 '그럼 나는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겠구나, 실수해도 잘못된 건 아니구나' 같은 내가 가진 Rules for Living 반대의 상황들 속에서 Core Beliefs는 약해진다고 하셨다. 


밑에도 다 채워나갈 거지만 이런 식의 상호작용이 얽히고설킨, 계속 무한 반복되는 사고방식은 모두가 자라면서 경험을 통해서 자기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치료는 내가 가진 현재의 사고방식은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깨트리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다.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은, 예를 들면 나는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경험으로 생긴 Rules For Living은 '난 완벽해야 해, 아니면 사람들은 날 싫어할 거야'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내가 뭔가 실수를 일으켜서 '난 완벽하지 못했다', '더 잘하지 못했어'라는 생각이 들면 '늘 다 내 잘못이야, 난 쓸모없어, 사랑받을 자격 없어'라는 내 Core Beliefs를 더 깊숙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거름 역할을 한다. 아직 뒤쪽은 다 채우지 않았지만 그러므로 인해 지금 현재 겪고 있는 불안함과,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등등... 끊어지지 않는, 무한하게 굴 쇠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이게 주 대화였고, 숙제로는 Problem Diary (Worry Diary 걱정 일기) 이어쓰기와 5가지의 positive qualities diary, 내 장점이 드러나는 행동들이나 사건들을 하루 일과에서 5가지 떠올려 적는 숙제다. 


1주일 내내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내 장점이 드러나는 사건이나 행동.. 떠올리기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모르면 주변에 물어본다고 해서 주변에 물어보지만, 차마 적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난 참 나에게 너무나도 엄격한 사람이고 날 지금 제일 상처 주는 사람은 남도 아닌 나라는 게 더 실감 나는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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