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느 날, 수류탄이 “꽝”

“눈앞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by 권일웅

의사의 차분한 목소리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삶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병원에서 수류탄 파편을 제거한 후, 의사는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수류탄 파편 사고는 지독히도 추운 어느 평범한 겨울이었습니다.


2004년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던 겨울 어느 날, 나는 당시 소령으로서 대대 수류탄 투척훈련을 주관하고 있었습니다. 영하의 날씨 속, 투척 장소인 저수지 가장자리는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나는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목표지점 얼음을 깨고, 훈련에 임하는 해병들에게 대해 다시 한 번 안전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분류하고 조를 편성하는 등 전반적으로 중앙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훈련에 참여한 일부 해병들은 얼굴에 긴장감을 품고서 열심히 수류탄 투척 훈련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얼마 못 가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계속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4명이 한 조로 수류탄을 들고 투척 사선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는 전입한 지 얼마 안 된 신병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4인의 해병은 수류탄을 우측에 두고 호에 앉아 나의 지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통제 해왔던 방식대로 ‘일어서 – 자세 잡아 – 제1 안전핀 뽑아 – 제2 안전핀 제거 – 투척’ 하고 일사분란하게 명령을 하달하였습니다. 명령을 하달한 이후 나도 호안에 바로 앉았습니다. 투척 이후 ”꽝, 꽝, 꽝“ 하고 폭음이 울렸습니다. 이상하게도, 마지막 폭음이 울린 뒤엔 짧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모든 소리가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왜 3번만 폭발음이 울리지? 동시에 터지면 가끔 폭발음이 3번만 들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호에서 일어서는 순간 방탄 헬멧과 방탄복 사이 목 부위가 뜨끔했습니다. 벌에 쏘인 것처럼 아팠다가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습니다. 지금까지 자주 경험해 보지 못했던 날카로운 쇳조각으로 베인 통증과 유사했습니다. 손으로 통증 부위를 만져보니 피가 흥건했습니다. 심각했습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큰 부상을 뜻한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옆에 있던 중대장에게 훈련통제를 지시하고 인근 병원으로 급히 출발하였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갓 전입한 신병이 투척 명령 이후 바로 투척하지 않고 긴장감에 머뭇거리다가 던진다는 것이 바로 앞 얼음 위에 던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할 때는 수류탄이 터지면 얼음이 깨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수류탄이 얼음 위에서 터져도 얼음은 깨지지 않습니다.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는 저수지 가장자리에 떨어진 그 수류탄은 튕기듯 튀어 올라 폭발했고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였습니다. 다행히 훈련을 통제해야 하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훈련 참가인원은 호에 그대로 앉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했습니다.


손바닥으로 목 부위를 감싸안고 훈련장에서 가까운 병원에 도착한 나는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나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수류탄 파편이 1mm 더 안쪽으로 지나갔더라면, 동맥 절단으로 현장에서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때의 내가 얼마나 위험한 순간에 있었는지,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파편의 특성상 파편이 들어간 입구는 너무 작아 그 주위를 열십자(+)로 절개하고 파편을 제거하고 봉합하였습니다. 입원하라는 의사의 말에 업무가 너무 바쁘다는 말로 대신하고 바로 부대로 복귀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내 건강보다도, 나의 취미나 기쁨보다도, 나의 가족보다도, 주어진 업무가 모든 것에 우선이었던 삶.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지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경험을 잊지 않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생사의 고비에 있었던 그날의 사고를 처음으로 덤덤하게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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