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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다시 고쳐 쓰기로 했다 / 권선애

by 권선애

얼굴을 다시 고쳐 쓰기로 했다


권선애




취업의 계절 앞에 지쳐서 무른 얼굴

기분을 가다듬어 면접으로 커가는 날

끈질긴 꼭지에 붙어 목소리가 흔들린다


익기 전에 떨어져 반복되는 시작들

다양한 연습으로 당도는 짙어지고

입가는 상냥한 채로 웃음을 부풀린다


얼굴에 입술이 달렸다고 생각하지?

겉모습 빼고 나면 바닥에 뒹구는 입

질문을 엿보는 동안 표정을 줍곤 한다


들떠 있는 곳에는 실패한 구름처럼

아무리 매만져도 흩어지는 나의 모습

열심히 하겠다는 말 다시 또 고쳐쓴다




ㅡ《시조미학》2025년 겨울호

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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