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등
권선애
앞에 가는 저 등은
제등을 볼 수 없어
한쪽 눈이 감긴 채 어둠을 끌고 간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뒷일은 깜빡인다
고장 나도 모르던 몸
쉼 없이 달려와서
후미진 곳에 멈춰 앉은 채로 잠이 들면
귓전에 앓는 소리는 꿈속까지 쫓아 온다
아무리 뒤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날들
붉은 속이 뒤엉켜 까맣게 타들어 갈 때
아버지 스러진 등에 별빛만 와닿는다
ㅡ《오늘의시조》2025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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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