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로 걷는 서간체
권선애
징용 간 그곳에는 한낮에도 밤인지
캄캄한 탄광 속에 소식이 갇히는 동안
어린 난 말수가 줄어
자모음만 삼킵니다
우리말 깃발처럼 초가로 나부낄 때
열한 살은 멀고 먼 북해도로 귀를 세워
몰래 쓴 모국어들을
현해탄에 띄웁니다
개명하기 싫어서 사립문을 닫습니다
가문의 삼대독자 작명은 뜻이 높아
권오태 지어준 당신
멀리서 부릅니다
더 깊이 꿈을 파면 당신께 닿을까 봐
밤새도록 빠져드는 뿌리가 깊은 얼굴
언제쯤 돌아옵니까
권영문 내 아버지
ㅡ《오늘의시조》2025년 하반기호
ㅡㅡㅡ
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